지루했던 COVID-19 팬데믹은 사람들의 연결 기회를 차단했다. 그러나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서로 이어질 방법을 고민했고 첨단화된 IT 기술을 통해 가상 공간에서나마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사실 이 비대면과 관련된 기술은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의 만남, 이를테면 화상 회의 등에서 더욱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 비대면 기술에, 실제 공간에서 필요로 하는 동작을 더할 수 있다면 물리적, 심리적 거리도 완전히 무너지는 새로운 소통의 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혼다는 그런 시대에 필수적일 또 하나의 기술을 선보였다.
화상과 음성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송출한다
|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혼다가 궁극적으로 갈망한 것은 인간의 삶에서 가능한 한 제약을 덜어내고 즐거움을 더하는 일이었다. 모터사이클과 자동차만큼이나 혼다가 긴 시간을 쏟아부은 것이 로봇 기술(robotics)인 데도 이러한 이유가 있다. 혼다 인포테인먼트에서도 슬쩍 존재감을 보이는 이족보행 로봇 아시모(ASIMO)부터 시작해, 2018년 CES(북미 가전제품 박람회)에서 선보인 이후 진화해 온 감정형 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혼다의 2족 보행 로봇 아시모
감정형 로보틱스 3E-A18
테이블 위의 동전도 집어올릴 수 있다?
|
혼다가 제시하는 아바타 로봇에서 가장 돋보이는 능력 중 하나는 관절을 이용한 다양한 손가락 동작이다. 인간의 손가락은 매우 복잡한 진화의 산물이다. 로보틱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모터 액추에이터 기술도 손가락의 관절을 구현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혼다의 아바타 로봇은 그 어려운 걸 해낸다. 특히 손톱을 이용해 평평한 면 위의 납작한 물체를 집어올리는 동작은 로보틱스 역사의 한 획을 그을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멀티 핑거 기술은 AI를 통해 훨씬 정교하게 구현될 수 있다. 즉 인간이 부지불식간에 행하고 있는 멀티태스킹도 가능한 수준이다. 예컨대 한쪽 손가락으로는 물체를 잡고 반대 손으로 도구를 동작시키는 등의 복잡한 과제가 가능하다. 혼다는 향후로 이러한 멀티 핑거 기술을 훨씬 직관적으로 구현하게 해, 인간이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도구들을 다루게 하는 것이 목표다. 2024년까지 보다 정교화된 형태로 선보이고, 이를 이용한 시제품은 2030년부터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심폐소생술부터 우주 탐사까지,
|
이러한 아바타 로봇은 근미래 인류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 능력을 발휘할 분야는 이미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하다. 예컨대 응급 상황으로 쓰러진 환자가 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심폐소생술을 모를 때, 보건의료 시스템과 연계해 구급요원이나 의료 인력의 역할을 아바타 로봇이 대신할 수 있다.
또한 혼다는 우주 공간에서도 이러한 로보틱스를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을 연구 중이다. 직접 사람이 지구 외의 천체에서 작업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지만 비용 문제가 크다. 그러나 사람이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고, 기능적으로도 다양한 아바타 로봇은, 인간이 없는 우주환경에서도 인간만큼의 작업을 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혼다는 이 아바타 로봇의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각 모듈이 제 기능을 하면서도 경량화된다면 충분히 우주 탐사선에 안정적으로 실릴 수 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혼다의 로보틱스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경험을 확장하고 편리함과 즐거움을 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아시모는 보행 장애인에게 걷는 자유를 선물했다. 아바타 로봇은 공간의 제약으로 쉽게 할 수 없던 일들의 경계를 허물 것으로 기대된다. 상상해보라. 지구촌 각지의 분쟁지역이나 난민촌에, 의사가 목숨을 걸고 가지 않아도 로봇이 그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 더 많은 사람의 자유와 기쁨을 꿈꾸는 혼다의 철학이 실제적인 힘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