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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부터 경량화까지, 자동차 필러의 다양한 역할

혼다코리아 2023.04.10 305


자동차에 있어 ‘필러’란 자동차의 루프와 차체를 연결하는 구조물을 의미한다. 필러 구조의 등장 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나, 통상 1950년대 미국 제조사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차체와 모노코크를 결합한 유니바디 타입의 섀시가 개발되면서, 루프와 하부 섀시를 연결하며, 차체 강성을 유지하는 구조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 필러는 오늘날 탑승 공간이나 외형 디자인뿐만 아니라, 차체 경량화와 공력 성능 강화 등에 의한 연비 향상, 안전성의 강화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자동차의 필러가 장르와 기능을 정의한다?

 

필러는 위치에 따라 A, B, C의 알파벳으로 구분된다. A 필러는 전면 윈드실드의 구획이 되며 루프 최선단과 차체 전면부를 잇는 한편 전면 및 전측면 충돌 시 1열 탑승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B 필러는 차체의 1열과 2열을 구분하는 한편 차체 하부 가운데와 루프를 잇는다. B 필러는 측면 충돌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는 한편 선회나 조향 등에 영향을 미친다. C 필러는 후면 윈드실드의 구획이 되며 역시 측면, 측후면 충돌 등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한다.

 


 

 

 

필러의 수나 형태는 자동차의 외관 특징, 즉 장르적 특성을 결정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세단 형태의 승용차는 A, B, C 세 개의 필러가 있으며, C 필러가 탑승 공간과 화물 적재 공간인 트렁크를 구분한다. 왜건의 경우에는 마지막 테일게이트 부분을 D 필러로 본다. 해치백의 경우에는 테일게이트가 C 필러가 된다. 쿠페의 정통적 정의에 가까운 2도어 모델의 경우에는 A 필러와 운전석 뒤 B 필러(경우에 따라 C 필러로 보기도 한다)로 구분된다. 또한 쿠페는 A 필러와 B 필러의 각도가 타 장르에 비해 지면 방향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 원래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목표로 하는 장르인 만큼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야 하는 까닭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쿠페형의 외관 구현은 정통적인 2도어 쿠페뿐만 아니라 4도어 세단이나 SUV에까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디자인적, 그리고 기능적 측면의 목적이 있다. 디자인 면에서는 우선 날렵한 측면 이미지의 구현이다. 특히 전장 대비 휠베이스가 길어지는 최근 세단 디자인의 추세에서, 필러 각도가 쿠페형에 가까울수록 필러에서 보닛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보다 길어진다. 이로 인해 늘씬하고도 당당한 인상을 구현할 수 있다. 

 

기능적 목적으로는 공기저항계수를 낮추어 연비를 높이고 다이내믹한 가속력을 구현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대략 공기저항 계수가 10% 낮아지면 연비는 2~3%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자동차에 들어가는 유류비를 생각하면 이는 의미 있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자동차의 필러 구조, 
언제부터 주목받았을까?

 

자동차에 필러라 할 수 있는 구조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50년대 미국이지만, 그 기본 개념은1930년대 유럽에서 태동했다. 한 독일 제조사의 엔지니어는, 차체가 외부 충격을 흡수하면 탑승자에 가해지는 충격은 줄어든다는 ‘크럼플존’ 개념을 고안했다. 즉 충격이 운전석과 인체에 가해지기 전에 파괴될 부분이 필요하다는 개념이었다. 또한 최초의 전륜 구동 차량을 개발한 한 프랑스 제조사도 이러한 필러 구조의 초기적인 형태를 차체 설계에 적용했다.

 

필러 구조가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개념이 정립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였다. 일반적인 자동차의 개념으로 봤을 때, A필러밖에 없는 컨버터블 장르의 차량들의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받는 충격 등이 필러 구조를 가진 차량의 경우와 직접적으로 비교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컨버터블 차량들은 차체 강성 강화를 위한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지만, 루프가 있는 일반적인 차량의 경우, 각 제조사들은 필러 구조의 기여도를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하게 되었다.

 

 

 

 

 

경량화와 안전,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섀시 제어 성능이나, 강도 및 강성 구현을 통한 안전성 확보 등은 제조사의 역량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영역이다. 이는 루프와 필러의 강성이 갖는 관계, 그리고 차체 전체의 하중 계산 등 구조역학 계산부터, 생산 퀄리티의 유지 관리 모두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쿠페 스타일의 필러와 루프 디자인이 적용된 자동차 디자인에서는 전복 시에 필러와 루프가 받는 부담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자동차의 필러들은 경량화를 목적으로 얇아지는 추세다. A 필러의 경우 필러의 두께가 얇으면 그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전측면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사고 충격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취약할 수 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신차 안전도 검사의 경우, 전측면 25%를 정면 충돌과 같은 속도로 충돌시키는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자동차 제조사의 필러 두께 감소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체의 무게를 줄이면서도 필러의 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소재 연구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고강성 강판의 적용이다. 강판의 열연과 냉각 처리 방법을 다각도로 구현해, 같은 무게에도 단위 면적 당 인내할 수 있는 하중을 증가시킨 것이 고강성 강판이다. 예컨대 10세대 혼다 어코드의 경우에는 A필러와 B 필러, 그리고 하부 섀시와 엔진마운트 등 주행 중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에 초고강성 강판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전체 중량은 5% 정도의 경량화를 이루면서도 강성은 오히려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혼다 오딧세이의 전방 추돌 테스트(2014)

 

 

실제 10세대 어코드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신차 안전도검사에서 필러의 성능이 크게 좌우하는 스몰오버랩과 전복 테스트에서 최우수인 ‘G’ 등급을 받았다. 특히 전복 테스트 시, 루프와 필러가 차체 중량의 5배 이상을 견뎌냈다. 참고로 전복 테스트 시 루프와 필러가 차체 중량의 3배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를 경우도 적지 않다.

 

 

10세대 어코드의 섀시

 

 

물론 초고강성 강판은 차체 적용 범위에 있어 한계가 있다. 가볍지만 비용이 비싸 제작단가 상승의 부담도 크다. 또한 구조적으로 한 번 파손될 경우 복원이 쉽지 않다. 또한 강성이 다른 강판으로 이루어진 부분들과의 역학적 협응 역시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초고강성 강판을 우선 적용하는 범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오고 있다.

 

 

 

 

필러는 말 그대로 ‘기둥’이다. 이는 비유적 표현이자 실제적 표현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많은 사람에게 제2의 집이다. 기둥이 집의 안전과 디자인 등 많은 부분을 정의하듯 자동차의 필러 역시 외관과 기능상의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필러에 요구되는 이러한 복합적인 가치를, 해당 자동차의 장르적 성격에 맞게 조화시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자동차 제조사의 역량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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