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 항공 기술에서 시작된 터보 차저는 1960년대 양산차에 적용되며 지난 반 세기 동안 배기량 다운사이징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터보차저를 장착한 국산차도 많아지고 유저들이 습득할 수 있는 정보량도 많아져, 과거보다는 터보차저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그러나 제조사와 차종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므로, 터보차저의 활용법과 성격도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혼다의 주요 차종을 통해 터보차저의 작동 원리와 차종 및 기능별 목적을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4행정 엔진은 흡입, 압축, 폭발, 배기의 과정으로 구동한다. 이 때 실린더로 혼합기 혹은 외기를 빨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자연흡기 방식과 과급(過給) 방식으로 나뉜다. 과급은 실린더 용적보다 더 많은 양의 공기를 압축해 밀어넣는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되면 폭발력이 높아지면서 최대 토크가 상승한다. 이로 인해 동일 배기량의 자연흡기 방식의 엔진 대비 평균적으로 20% 이상 연비가 향상된다. 또한 피스톤의 하강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최고 출력도 상승한다. 이 때 공기를 추가적으로 압축하는 방법은 엔진의 동력을 이용하는 방식과 별도의 바람개비를 이용하는 방식이 있다. 후자의 바람개비가 바로 터빈이며 터보(turbo)라는 용어는 여기에서 유래한다.
터빈을 구동시키는 힘은 배기가스의 흐름이다. 그래서 배기가스로 구동되는 터빈 휠과 공기를 실제로 압축하는 컴프레서 휠은 같은 축에 연결되어 있다. 이를 달팽이 모양의 하우징으로 감싼 후 배기 매니폴드(다기관) 쪽에 장착한다. 이처럼 터보차저 자체의 구조는 간단한 편이다. 그러나 가솔린 엔진의 경우 배기가스의 온도가 1,000℃를 넘는다. 따라서 압축기(압축에 필요한 배기가스) 역시 뜨거운 상태다. 이러한 공기가 바로 실린더로 들어가게 되면 노킹(이상 연소로 인한 진동,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뜨거운 상태의 압축기를 냉각시키는 인터쿨러가 있다. 이는 압축기의 부피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실린더 내에 더 많은 압축기를 밀어넣을 수 있으므로 최대 토크의 강화에 기여하기도 한다.
VTEC 터보 엔진
물론 실린더 내의 압력이 무작정 높아진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이는 내구성과도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터빈 전단계에 과급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밸브를 두는데 이를 웨이스트게이트 밸브라 한다. 최근의 자동차들은 이 웨이스트 게이트의 밸브를 주행 모드에 따라 전자적으로 제어하기도 한다.
또한 터보차저와 스로틀 밸브 사이에는 갑작스런 압축기의 역류를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있다. 이를 블로우오프 밸브라고 한다. 특히 매뉴얼 트랜스미션이 적용된 자동차의 경우에는 변속이나 제동을 위해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뗄 때, 스로틀 밸브가 닫히면서 갑작스레 관 내부의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고장을 막기 위해 일정 압력 이상에서는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다. 블로우오프 밸브는 제조사마다, 소리가 다른데, 고무공에서 바람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듯한 '푸쉭' 하는 소리가 일반적이다. 이 소리를 즐기는 튜닝 마니아들은 애프터마켓 제품을 통해 각기 다른 소리를 구현하기도 한다.
1982년 시티 터보의 터보 엔진
과급 압력은 psi(제곱인치 당 파운드)나 kg/㎠ 또는 바(bar) 등의 단위로 표기된다. 합금 소재 발달 등으로 인해 터빈 하우징이나 실린더가 견딜 수 있는 열과 압력의 한계가 올라가면서 이 수치도 높아져 왔다. 예컨대 혼다 최초의 자체 생산 터보엔진 차량인 배기량 1.2리터급 소형차 ‘시티 터보’(1982)의 경우 0.75kg/㎠ 정도였는데 이는 약 10.6psi로 환산된다. 그러나 현재 어코드의 혼다의 고성능 기종인 시빅 타입 R의 과급 압력은 22.8psi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
1982년이 시티 터보
시빅 타입 R
앞서 잠시 언급했듯, 과급 압력은 무조건 높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연소 효율이 높고 최대 토크와 최고 출력이 증가하는 효과는 있지만, 강한 압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터빈의 회전이 더 빨라야 한다. 터빈의 회전은 엔진의 유속에 영향을 받는데, 유속에 영향을 미치는 엔진회전수가 일정 이상으로 오를 때까지의 지연, 즉 터보 랙이 그만큼 길어지게 된다.
최근에는 과급 압력을 다소 낮추는 추세다. 특히 디젤 엔진의 경우에는 고온?고압에서 생성되는 질소산화물을 저감하기 위해 과급 압력을 낮춘다. 하지만 이 경우 각국이 제시한 연비 향상 목표치의 달성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 제조사들은 과급 압력을 낮추는 대신 이를 보완할 만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연구 중이다.
10세대 어코드의 경우, 터보차저를 적용한 엔진은 1.5리터와 2.0리터(1,996cc) 두 가지다. 1.5리터 터보 엔진의 경우는 최고 출력 192hp(5,500rpm) 최대 토크 26.5kg?m(1,600~5,000rpm)를 발휘하며 2.0리터의 경우는 최고 출력 252hp(6,500rpm)와 최대 토크 37.7kg?m(1,500~4,000rpm)를 발휘한다. 각각의 과급 압력은 20.2psi와 20.8psi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실린더의 압축비는 1.5리터 엔진이 10.3:1, 2.0리터 엔진이 9.8:1다. (※ 미국 모델 기준)
10세대 어코드의 2.0T(왼쪽)와 1.5T(오른쪽)
어코드의 터보 엔진은 주행의 즐거움과 경제성의 향상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한다. 1.5리터 엔진의 복합 연비는 약 30mpg, 2.0리터 엔진은 높은 출력에도 26mpg 수준이다. 비슷한 동력 성능을 발휘하는 2.0리터 터보 엔진 기종 중에서는 돋보이는 연비라 할 수 있다. 참고로 1.5리터 엔진은 CVT, 2.0리터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되어 파워트레인을 이룬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터보차저의 경우, 터빈이 구동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배기 가스 유속이 필요하다. 따라서 너무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는 압축기의 압력 생성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초창기 터보 차저의 문제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각 제조사들은 터빈 하우징에서 배기가스가 지나가는 통로의 폭을 조절함으로써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도 배기가스 유속을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하우징에 전자적으로 제어되는 일종의 날개를 설치해 배기가스가 지나가는 길의 단면적을 변화시키는 기법이다. 혼다에서는 1988년, 1세대 레전드에 ‘가변 윙’방식이라는 용어로 채용된 바 있다. 요즘은 통상 직렬4기통으로 구현되는 2.0리터 엔진이었지만 당시 레전드는 V6 엔진을 채용해 190hp의 높은 최고 출력을 구현했다. 또한 이 엔진은 기본적으로 최대 토크가 높은 SOHC였는데, 여기에 터보차저를 더해 24.6kg?m로 당시로서는 매우 높은 최대 토크를 구현할 수 있었다.
1세대 레전드의 2.0리터 V6 엔진(왼쪽)과 가변 윙 터보(오른쪽)
물론 혼다가 일상 주행용의 세단에 어울리는 터보차저만 만들어 온 것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어코드와 시빅의 타입 R 기종을 통해 강력한 성능의 터보 엔진을 선보인 바 있다. 여기에는 고강성의 커넥팅 로드 채용 및 엔진 각 부분의 경량화를 통한 관성 저항의 저감 등의 테크놀로지가 함께 시너지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혼다의 터보차저는 2010년대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배기량 다운사이징과 경량화 및 동력 성능 향상 등 복합적인 목표를 지향한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 프로젝트'를 통해 VTEC 엔진과 만나게 된 것이다. 특히 현재 1.5 VTEC터보는 가벼운 무게와 높은 동력 성능으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밴에 장착되고 있다.
또한 F1, WTCC 등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축적된 고압 터보 엔진 테크놀로지는 최고 출력 570hp 이상을 발휘하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NSX에도 반영되었다. NSX는 3.5리터(3,493cc) V6 엔진에 트윈 터보를 결합하여 2,000rpm에서 6,000rpm에 이르는 넓은 영역에서 56.1kg?m의 강력한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전기모터까지 결합되어 0→100km/h까지의 가속 시간이 3초를 넘지 않는다.
NSX의 트윈 터보 엔진
터보 차저 테크놀로지는 완성형이 아니라 아직 발전의 여지가 더 남아 있는 기술이다. 하우징의 경량화와 열 관리, 그리고 배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까지 다양한 과제가 남아 있다. 이는 더욱 다이내믹해지고 효율도 높아질 혼다의 터보 엔진을 계속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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