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교습 학원 인근의 도로에서는 연습용 차량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연습용 차량으로 SUV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 SUV가 주류 세그먼트가 되면서, 운전을 배울 때부터 SUV로 익히려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그만큼 초보운전자들이 생애 첫 차로 SUV를 구매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초보자에게 유리한 선택일까 아니면 운전 실력에 비해 부담스러운 선택일까? SUV라는 차종과 초보운전자 간의 관계를 통해 살펴봤다.
시선은 높을수록 좋다 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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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UV들은 공기 저항을 줄이고 온 로드 상황에서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 강화를 위해 차체 자체를 낮추고 있어 지상고나 좌석의 높이 자체가 과거와 달리 큰 차이를 보일 만큼 높지는 않다. 대신 보닛, 대시보드, 윈드 실드 각도 등의 설계를 통해 시야의 높이로 차이를 두고 있다.
SUV의 시야가 편하다면 바로 이러한 뷰포인트의 설계 때문이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초보자들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도로라는 공간을 보다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자신의 차를 둘러싼 전반적 상황을 이해하기 쉽다. SUV로 주행을 오래 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도로 상황 속에서 차량을 이해할 수 있는 눈도 생기고 여유를 갖게 된다.
그러나 SUV의 시야가 세단에 비해 입체적이라는 장점에도, 의외의 약점을 노출한다는 시각도 있다. 바로 차체 하단 모서리부의 사각지대다. 특히 좌우 A 필러와 보닛 하단부쪽으로 이어지는 곳의 사각지대는 높이도 높고 폭도 넓어 서너 살배기 아기들은 시야에서 사라지기 십상이다. 후방의 사각지대가 더 넓지만 카메라의 시선이 미치는 데 비해 전방은 오히려 초보자들에게 주의해야 할 구역이다.
처음부터 준중형급 SUV도 괜찮을까? |
최근 한국에서는 운전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운전자들도 소형보다는 준중형급 이상의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고 이는 차종의 판매량으로도 증명된다. 그렇다면 SUV 역시 공간이 여유롭고 편의성을 갖춘 준중형 이상급의 차종으로 선택해도 괜찮을까?
준중형급 SUV는 초보자뿐만 아니라 숙련된 운전자들에게도 운전의 편의성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체급의 SUV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상위권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운전 실력이 향상되면 이 편의성은 곧 드라이빙의 재미라는 영역과도 직결된다. 실용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확실한 이익이다. 주차의 불편함은 덜 수 있으면서도 공간은 여유롭다. 특히 2열 좌석을 평평하게 접는 풀 플랫 기능을 제공하는 차종의 경우는 레저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초보운전자는 공간 감각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조수석 쪽인 우측 공간에 대한 감각이 완전히 몸에 배기 전에는 자잘한 접촉사고의 위험이 있다. 준중형이라 해도 차량 자체가 10년 전 기준으로 따지면 중형 SUV에 가깝게 차의 크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차로 변경 등의 조작에서 초보운전자가 쉽게 제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SUV는 사고 시에 더 안전하다? |
흔히 초보운전자에게 SUV를 권하는 이유로 꼽히는 것이 사고의 예방과 피해의 최소화다. 특히 준중형급 이상의 차량은 정면, 전측면 충돌 시 전면 충돌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가 있어 운전자를 보호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SUV 특히 세계적으로 많이 팔리는 준중형에서 중형급의 SUV들은 그만큼 자동차 제조사에서 안전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팔리는 차량이 많다 보니 충돌 테스트의 데이터도 많이 누적되고 이를 통해 대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차고가 높아 다른 SUV나 대형 차량과의 충돌 및 추돌 시, 충돌 지점이 운전자와 멀어질 수 있다. 특히 SUV는 부주의나 조작 미숙으로 지상고가 높은 SUV나 화물 트럭의 후미를 추돌했을 때, 직접 충격을 맞닥뜨리는 지점이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에서 시작한다. 세단의 경우 심하면 선행 차량의 화물부가 윈드실드 쪽으로 가까이 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러면 SUV와 세단이 정면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 IIHS(고속도로 손해보험협회)가 내놓은 2013~2016년 기간의 교통사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사고 시 승용차 운전자의 사망률이 30% 가까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이마저도 1990년대에 비해서는 승용차 쪽의 위험성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물론 SUV라고 해도 사고에서 만능은 아니다. 차체의 무게가 무거운 만큼 충돌 시의 에너지도 크다. 따라서 탑승 공간의 변형을 적더라도, 차량 내에서 운전자가 받는 에너지의 양이 그만큼 증가한다. 게다가 과거의 경우 SUV의 앞부분 끝단이 높아 정면 충돌시 승객에게 전달되는 충격의 방향도 치명적이었다. 몇몇 브랜드의 차종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SUV들이 보닛 끝단이 아래로 유연하게 떨어지는 디자인을 갖도록 변화한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혼다의 철학으로 바라보는 초보운전자와 SUV의 관계 |
자동차가 선물한 이동의 편리성은 인류 문화에 있어서 많은 영역에 기여했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의 식사량은 자동차가 보급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거의 3배 차이가 난다고 한다. 또한 다양한 재화의 비용도 그만큼 줄어들어 경제적인 면에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동차 양산 능력의 발달과 자동차 생활 중심의 도시 계획은 정체, 충돌 사고 등의 장애 요인을 낳기도 했다. 이동의 자유를 위한 기술 발전이 오히려 이를 제약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초보운전자는 이러한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 보행자 못지 않은 약자다. 혼다가 1970년대부터 운전자가 채 인지하지 못하는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적극적 안전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연구해온 것도 이런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안전과 타협하는 순간 이동의 자유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혼다의 철학이며, 이것이 현재 최고 수준의 안전 기술로 진화한 혼다 센싱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혼다 센싱의 주요 기능은 운전 중 상황 인식의 범위가 좁은 초보운전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선로 형태와 스티어링휠 조타각의 관계, 보행자와 차량 사이의 안전, 차량과 차량 사이의 간격 및 안전 등을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예방하는 기능은 초보자뿐만 아니라 숙련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기능들을 트림 구분의 기준으로 하지 않고 기본화했다는 것 역시 인간 존중의 철학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물론 어느 정도 체급이 있고, 안전 기능이 모두 갖춰진 SUV를 산다고 해서 초보운전자로서 겪게 되는 위험을 모두 방지하긴 어렵다. 그러므로 초보운전자는 항시 여유를 갖고 차량을 조작하며 작은 위험의 가능성도 무시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도 차에서 내리면 한 명의 보행자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믿음직한 차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을 생각하는 대전제를 몸에 익히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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