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서킷 주행을 레저로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강원권에 소재한 서킷의 경우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로 인해 수도권으로부터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의 경우도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며 벽을 낮추고 있다. 레이서를 지망하진 않아도 가끔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질주가 필요할 때 찾고 싶은 서킷, 이를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살펴보았다. 물론 초심자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주행 라이선스, 서킷마다 다르다? |
세계 대부분의 서킷은, 해당 서킷에서 주행할 수 있는 별도의 라이선스를 발급한다. 라이선스의 유효 기간은 1년이며 발급 비용은 서킷마다 다르다. 통상 갱신은 만료를 기준으로 전 1개월, 후 1개월 내에 진행하며 신규 발급 시의 이론 교육이 면제된다.
일반인에게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주행을 허용하는 국내 서킷은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과 태백의 태백 스피드웨이, 전라남도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 대표적이다. 라이선스 발급 비용은 조금씩 다른데 인제 스피디움과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10만 원, 태백 스피드웨이는 14만 원(선수용), 8만 원(일반용)이다. 서킷을 돌 수 있는 스포츠 주행은 1세션당 보통 20분 단위로 4~5만 원으로 책정된다.
서킷 라이선스의 교육은 안전 장비, 운전 자세 등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서는 동일하다. 다만 주행 실기는 해당 서킷의 형태와 그에 따랄 다르다. 인제스피디움이나 태백 스피드웨이는 강원 산간지역의 특성을 따른다. 특히 인제스피디움은 길이는 3.908km 정도로 그리 길지 않지만 고저차가 최대 40미터에 달한다. 또한 헤어핀 코너가 많아 차량의 하중이 이동이 심해 정확한 주행 요령을 숙지하지 않으면 타이어가 파손될 수 있다. 개인 차량으로 이용할 경우 서스펜션 부품이나 브레이크에 부하 상당히 크게 걸리며 실제 랩 타임에 욕심을 내서 공략할 수 있는 것은 한두 바퀴 정도다. 또한 인제스피디움은 자체 호텔과 콘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서킷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절반 가격에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고자차카 큰 인제 스피디움의 헤어핀 코너. 뒤쪽에 보이는 시설은 호텔과 콘도 등 숙박시설로 라이선스를 따면 할인 혜택이 있다
인제스피디움의 코너를 잘 보여주는 차량 불빛의 궤적
태백 스피드웨이는 상대적으로 짧으나, 생각보다 공략법이 어려워 재미있는 서킷으로 꼽힌다. 후지스피드웨이를 축소한 것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근처에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을 비롯해 자연휴양림 등 다양한 휴양 시설이 있어, 주행을 끝내고 가족 단위의 여가를 즐기기에도 좋다.
태백스피드웨이 전경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포뮬러 원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규격으로 직선 주로가 긴 것이 특징이지만, 이것은 정식 규격 5.6km 기준이다. 대부분은 3km 남짓한 상설 코스를 달리게 된다. 평지 중심이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서킷으로 평가된다. 포뮬러 원 대회 철수 이후 다른 국내, 국제 대회도 꾸준히 추진됐다. 2018년에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투어링카 대회 TCR도 열렸는데, 고성능 해치백의 강자인 시빅 타입-R로 참가한 팀도 적지 않아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취미 동호인들이 적지 않게 찾아 전체 가동 가능 일수 290여 일의 대부분이 정상 이용되고 있다. 부대시설이 아쉽다는 단점은 있으나 바닷가라 노을이 아름다워 사진명소로도 꼽힌다. KTX 역은 차로 20여 분 거리의 목포역이다.
서킷 주행용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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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에 많은 돈이 든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프로페셔널 드라이버들이 몸에 걸친 장비들의 가격은 차량 한 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취미로 입문하려는 사람이 그 모든 장비를 완벽하게 갖출 필요는 없다. 불의의 사고로부터 운전자를 지켜 줄 최소한의 안전 장비만 갖춰도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헬멧이다. 예전엔 서킷에서 헬멧을 대여했는데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가급적 개인 물품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혹 모터사이클용 헬멧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차량용과는 달리 방염 소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모터사이클용 헬멧은 충격에 강하고 시야가 넓다는 장점은 있으나 크기가 차량용보다는 다소 커 조종에 불편함이 있다. 그리고 안에 발라클라바라는 방염 소재 두건 정도는 사용하는 것이 좋다.
2020년 포뮬러 원 이탈리아 GP에서 우승을 거머쥔 스쿠데리아 알파타우리(혼다 엔진)의 피에르 가슬리. 목 뒤의 장비가 한스
여기에 경추를 보호하는 한스(H.A.N.S, Head and Neck Support Device)라는 제품도 구비할 수 있으면 좋다. 헬멧 중에는 이를 뒤쪽에 부착할 수 있게 만든 제품도 있다. 두부와 경추는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비용을 차등해 투자한다면 당연히 이 장비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
모터스포츠 드라이버들이 사용하는 레이싱용 장갑 역시 난연 소재다. 그러나 사고가 날 정도로 과격한 주행을 하지 않고, 교육을 받는 정도라면 땀으로 손이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장갑이면 족하다. 골프나 야구용 장갑도 나쁘지 않다.
선수들이 신는 레이싱 슈즈는 바닥이 얇고 부드러우며 난연 처리가 되어 있다. 또한 기름으로 인한 오염에 잘 디고 또한 발뒤꿈치 피로를 저감하기 위한 아킬레스 패널이 덧대져 있다. 그러나일반인들은 슬리퍼나 바닥이 너무 두껍고 무거운 등산화 등만 피하면 된다. 최근에는 레이싱 슈즈도 온라인 등을 통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내 차로 서킷 가도 될까? |
결론부터 말하면 ‘OK’다. 다만 기록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제약 없이 시원하게 달린다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면 즐거울 것이다. 레이싱용 차량은 모든 면에서 타이어 규격부터 다르고 서스펜션 부품의 강도 등도 다르다. 그래야 고속에서 맞닥뜨리는 각 방향으로부터의 강력한 부하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주행 스킬이 향상되고 보다 빠른 주행을 하고 싶다면 강한 부하를 견딜 수 있도록 부품을 바꾸거나 조정할 것을 권한다. 단 어떤 경우도 차량의 내구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전륜 구동 고성능 해치백 중 최고의 퍼포먼스카로 불리는 시빅 타입 R도 일반적인 양산형의 시빅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대다수 서킷에서 진입을 허하지 않는 차종도 있다. 우선 LPG를 연료로 쓰는 차종이다. 전복 시 폭발 위험이 있어서다. SUV 역시 무게 중심이 높아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 별도의 튜닝을 거친 SUV들이 온로드 서킷에 출전하는 대회도 있으나 예외적인 사례다.
가급적 혼자 가기보다는 서킷 주행 경험이 많은 이들과 동행하는 것도 좋다. 제조사별 동호회 내에서 서킷 주행을 즐기는 이들도 있고, 서킷 주행 자체만을 취미로 하는 모임도 나름대로 활성화돼 있다.
안전 수칙만 지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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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자동차 제조사나 동호회에서 주최하는 서킷 주행 행사의 경우 인스트럭터가 선두에 서고 무전을 통해 안전 수칙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이런 행사에 참여해서 기초를 익히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럴 기회가 없다면 하나의 가치만을 염두에 두면 된다. 그건 안전이다. 의외로 서킷에서의 주행 스킬은 공도에서의 안전 운전 수칙과 닮아 있다.
허리는 등받이에, 왼쪽 발바닥은 풋레스트에 완전히 밀착했을 때 무릎의 각도가 약 120° 정도 되는 것이 좋다. 스티어링휠에 손을 놓는 위치는 3시와 9시 방향이며 이 때 팔꿈치 각도 역시 120° 내외가 되는 것이 좋다. 다만 한스와 헬멧의 부피를 감안해 등받이의 각도는 알맞게 조절하되, 스티어링휠을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180° 정도 조타를 시도했을 때, 등이 등받이에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때 자세를 안정화할 수 있다.
가속과 감속은 스티어링휠이 정렬된 상태에서 시도해야 한다. 빠른 속도의 코너링 시에 구동력이나 제동력이 가해지면 불필요한 관성의 영향으로 차량 제어가 어려워진다. 제아무리 바퀴 헛돎을 제어할 수 있는 LSD(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 장치가 적용돼 있어도 한계가 있다. 설령 차체가 버틴다 하더라도 타이어에 큰 부하가 걸리면서 사이드월에 손상이 가해지고 다음 코너링 시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통상 서킷 주행은 여러 대의 차량이 함께 움직인다. 따라서 적절한 제동이 필수이며 여기에는 선행 차량 제동등을 주시하는 것이 필수다. 다만 공도 주행과 약간 다른 점이 있다. 공도에서는 선행 차량이 제동할 때 같이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서킷 주행 시에는 선행 차량이 브레이크를 밟았던 위치로 가서 밟는 것이 좋다. 통상 서킷에서의 브레이킹은 효율적인 코너링을 위해 마스터해야 할 필수 기술이다. 선행 차량이 어느 정도 숙련된 차량임을 전제할 때, 브레이크를 밟아 속력을 줄인 후, 코너 내에서는 등속도 운동을 하고 빠져나가는 순간 가속하게 된다.
만약 선행 차량이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같이 제동해버리면 대열 주행 시 점점 간격이 벌어지고, 해당 세션에서 뒤 차량이 돌 수 있는 바퀴수를 줄이는 폐를 끼치게 된다. 만약 자신이 없을 경우 과감히 방향지시등을 켜고 고속응로 달리는 후미 차량을 피해 우측으로 피해주는 것도 매너다.
자동차를 타고 호쾌하게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은 두려움과 함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쾌감을 준다. 물론 안전 수칙은 지켜야 하지만 공도만큼의 제약은 없다. 일상에서 쌓인 답답함과 피로를 짜릿한 속도와 스릴로 날려버리고 싶다면, 서킷 주행은 최적의 레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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