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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소식

시승해보면 ‘과연’ 소리 나온다는 V6 대형 SUV

혼다코리아 2023.04.14 14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말, 혼다의 파일럿에 꼭 맞다. 수입 대형 SUV 중 채 6,000만 원이 되지 않는 가격에 자연흡기 V6 엔진과 정교한 조향감, 넉넉한 공간과 알짜 옵션, 게다가 첨단 혼다 센싱 기능의 기본 추가까지 비교할 수 없는 상품성은 단연 돋보인다. 하지만 파일럿의매력은 직접 시간을 들여 운전해봤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 대형 SUV를 고민하고 있다면, 파일럿을 한 번은 길게 시승해봐야 할 이유를 몇 가지 짚어보았다.

 

 

 

 

 

크고 부드러운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

 

 

자동차 매체나 유튜브를 보면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이나 향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실상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0년 이내의 사람들은 자연흡기 엔진의 특징을 매력으로 느낄 만큼 경험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엔 소형차조차 디젤 터보 엔진이 대세였던 까닭이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을 때, 동력 전달 지연 없이 기민하게 반응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기민함이 되려면 적어도 배기량이 3.0리터는 돼야 한다. 그런데 운전 학원에서 만나는 소형차나 생애 첫 차로 사게 되는 2리터 미만의 자연흡기 엔진에서는 느끼기 쉽지 않은 감성이다. 스포츠카 브랜드가 4~5리터급의 대배기량 자연흡기 차종을 제작하지만 억대를 오간다.

 

그런 점에서 혼다의 파일럿은 잘 정제된 자연흡기 엔진의 정수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경험하게 해주는 드문 자동차다. 3.5리터 V6 i-VTEC 엔진은, 자연흡기 엔진을 아는 사람이라면 스로틀 전개 초기 단계부터 가뿐하게 움직이는 힘에 놀랄 것이고, 초심자라면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조작이 수월하다는 점에 매력을 느낄 만하다.

 

 

 

 

36.2kg?m의 최대 토크는 4,700rpm부터 발휘되지만 그 이전에도 차분하고 힘 있는 추진력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자연흡기 엔진이라고 하면 고속 크루징에 적합하다고만 알고 있지만 저속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발휘한다. 특히 평속 30~40km/h 정도로 지체 운행되는 구간에서는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아주 조금씩 건드렸다 놓았다 하는 동작만으로도 충격 없고 여유롭게 페이스를 유지한다. 혼다 센싱의 ACC(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가 적용돼 있지만 이를 굳이 활성화하지 않아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할 정도다.

 

 

 

다단화 변속기, 뭐가 좋은 걸까?

 

 

이런 부드러움에는 9단 자동변속기의 특성도 기여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V6 i-VTEC 엔진과 9단 변속기의 합이 우수한 것이다. 버튼식으로 조작할 수 있는 파일럿의 9단 자동변속기는 1단과 2단의 기어비가 각각 4.713:1, 2.842:1으로 넓어서 가속에 유리하다. 그리고 5단에서 1:1을 이룬 후 최고단인 9단에서는 1:0.480에 달한다. 초심자에게 다소 어렵다면, 처음 밟을 때 잘 나가고 속력이 오르고 있을 때는 기름을 덜 쓰며, 빠르게 엔진 부하를 줄일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변속 후 엔진의 태세전환도 그만큼 빠르다. 스티어링 컬럼 왼쪽 대시보드에 있는 ‘ECON’ 버튼을활성화하면 변속은 조금 더 빨라지고 연료 소비는 줄어든다. 좀 더 다이내믹한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ECON’을 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이상을 원한다면 변속기의 ‘D/S’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하면 된다. 아주 잠깐 액셀러레이터 페달에 무게가 실리는 느낌 이후에 그대로 시원하게 가속할 수 있다.

 

 

 

 

그 기분을 좀 더 느끼고 싶다면 왼쪽 패들 쉬프트를 당겨 기어 단을 내리는 방법도 있다. 단 자동차 전문가나 엔지니어들은 이 기능을 너무 자주 사용하면 엔진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을 권한다.

 

파일럿의 공인 복합연비는 8.4km/L이고 고속도로 연비가 10km/L, 도심 주행 연비가 7.4km/L다. 물론 실제 주행해보면 말 그대로 이것이 제원상 연비임을 알게 된다. 시내 주행에도 9km/L, 고속 주행 시에는 수시로 12km/L대를 넘나든다.

 

 

 

커다란 고요함, 누구든 가급적 함께 타면 좋을 차

 

 

파워트레인의 구조가 이러하다 보니 정숙성은 기본이지만, 이 차의 실내를 더욱 조용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2열 윈도에까지 적용된 어쿠스틱 글래스다. 이는 쉽게 말하면 진동 영향을 덜 받도록 두꺼운 유리를 의미한다. 게다가 풍절음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히 조용한 게 아니라,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의 진원지가 모두 멀게 느껴진다. 클러스터에 별도로 기어 단수가 표시되지 않는데 이 때문에 소리로 기어 변속시점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고속도로 요금소 앞의 그루브를 지나치거나 자잘하게 팬 곳들을 지나갈 때 역시 여유로운 대응이 돋보인다. 요란스러움은 찾을 수 없다. 차고와 지상고가 모두 높지만 규정 속력만 지킨다면 선회시에는 바로 선 상태로 도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시트는 화려하진 않지만 서스펜션 시스템이 채 못 거른 충격을 마지막으로 걸러내 운전자의 신체에 가는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렇게 조용히 장거리를 달리다 보면 새삼스럽게 차 안을 차지한 적막의 크기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전장 5,005㎜, 휠베이스 2,820㎜, 전폭 1,995㎜, 전고 1,795㎜로 최대 4,330리터 수준이다. 커다란 고요함 이 담긴 공간인데, 혼자만 타면 다소 심심하거나 괜히 약간의 쓸쓸함이 느껴질 정도다. 괜히 ‘대디카’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 COVID-19 상황이 나아지고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있다면, 가능한 많은 사람과 함께 타는 것이 더 즐거울 공간이다.

 

 

 

 

너무 조용해서 집중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런 경우에도 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RDM)이 부드럽고도 단호한 제동으로 차선 이탈을 막고 복귀 조향을 도와 준다. 시속 40~50km 정도의 속도에서 전방에 갑자기 사람이나 장애물이 나타날 경우 CMBS(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이 사고를 예방한다.

 

 

 

당신이 나의 파일럿입니다

 

 

혼다의 자동차들은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의 이미지를 많이 닮아 있다. 엔지니어링적으로 완벽을 지향하지만 자신을 과시하려고 들지 않는다. 기능에 충실하며, 그 기능이 충족된다면 그 이상의 ‘쇼’도 하지 않는다. 파일럿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엔 약간의 멋을 부렸다. 러닝 보드(사이드 스텝)이 추가됐고 1, 2열 도어를 열면 문턱에 ‘PILOT’ 영문 표기가 빛난다. 그러나 이는 차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라기보다 운전자에게 ‘당신이 나의 조종사’라고 말을 건네는 듯한 겸손함이 담겨 있다.

 

 

 

 

러닝 보드도 대형 SUV 운전자들이나 승객들의 편의라는 관점에서 적용됐다. 없을 땐 모르지만, 승하차 시 이걸 딛고 타보면 은근히 편안하다. 최대한 엉덩이를 시트 높이와 비슷하게 가져간 다음 앉을 수 있기 때문에 볼썽사납게 몸을 던지지 않아도 된다. 어린이나 무릎이 좋지 않은 연로한 어르신을 모신다면 더욱 좋은 기능이다. 물론 아웃도어 활동 중 묻은 흙 등이 차 안에 떨어지지 않도록 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 SUV는 몇몇 차종을 제외하고 운전자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만 고르는 차종은 아니다. 대부분 넓은 공간 활용성을 통해 가족이나 단체 활동에 어울리기 때문에 선택한다. 그러나 파일럿은, 미니밴인 오딧세이가 그러하듯 운전자가 응당 느껴야 할 재미, 조종의 권리를 잊지 않았다. 혼자 이 큰 차를 타보는 건 조금 심심하지만, 반대로 대형 SUV를 사려고 할 때 우리가 흔히 놓치고 있었던 운전자로서의 즐거움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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