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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소식

NSX가 달려가는 곳, 그 너머에 있는 것은?

혼다코리아 2023.04.20 184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다. 첫 양산차를 만든 자동차 제조사가 그 이듬해 포뮬러 원 도전이라니. 그러나 혼다 소이치로는 도전을 감행했고, 성공했다. 하지만 혼다 소이치로의 꿈은 한낱 우승컵에 담길 것이 아니었다. N360처럼 시대 패러다임을 바꾼 차도 좋지만, 성능으로 세계가 인정할 수 있는 차를 만들고 혼다라는 브랜드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꾸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현재 브랜드 가치 313억 달러 이상으로 자동차 브랜드 중 7위, 전세계 기업 기준 20위권에 랭크된 혼다, 그 가치를 상징하는 차 NSX가 우아하게 퇴장한다. 물론 새로운 장을 위한 휴식의 성격이다.

 

 

 

 

 

지상과 하늘의 파일럿들로부터 영감을 얻다
1세대 NSX

 

 

1세대 NSX의 프로젝트는 1984년 시작됐다. 원래 프로젝트명은 HP-X(Honda Pininfarina eXperimental)로, 2.0리터급 V6 엔진의 후륜 구동 스포츠카 개발이 목적이었다. 포뮬러 원에 도전한 지 20여년만에, 다양한 모터스포츠를 통해 축적한 고성능차의 기술을 양산차로 가시화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 차의 디자인은 현재도 가장 위대한 포뮬러 원 드라이버로 기억되고 있는 아일톤 세나(Ayrton Senna)의 경험과 당시 기준으로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였던 F-16의 콕핏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자동차 업계 최초로 양산 스포츠카 섀시 전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하여 경량화와 운동성을 구현했다. 포뮬러 원 머신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고든 머레이는 이런 여러 가지 매력을 들어 NSX를 기념비적인 스포츠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NSX는 1989년 시카고 오토쇼를 통해 데뷔했고 1990년부터 북미 시장 판매를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최고 출력 270ps(7,100rpm)의 3.0리터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 사양, 252ps(6,600rpm) 디튠 버전에 5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두 가지 사양이 있었다. 참고로 혼다 소이치로가 세상을 떠난 시점이 1991년 8월 5일이니, 이 차는 혼다 소이치로의 숙원을 풀어준 셈이 됐다.

 

 

 

 

1997년에 최고 출력 290ps의 3.2리터 V6 엔진이 추가됐다. 이 시기 대중문화를 통해 등장한 NSX는 미국 젊은이들에게 로망이었다. 추격 씬이나 드래그 레이스 장면에서 1세대 NSX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영화 <패스트 앤 퓨리어스 2>(2003), 일렉트로-힙합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의 ‘Round Round’(2006) 뮤직비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후자의 경우 역시 <패스트 앤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 삽입곡이다.


포뮬러 원에서 혼다의 커리어가 그러하듯 NSX 역시 잠시 휴식기를 갖고, 2016년에 복귀한다. 하이브리드 시대로 접어든 포뮬러 원의 기술력을 반영한 2세대 NSX는 흐르는 듯한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최고 출력 575ps의 강력한 파워트레인으로 돌아왔다. 3.5리터의 V6 트윈 터보 엔진과 9단 DCT 사이에 최고 출력 47ps의 구동모터를 연결하고 전륜 각 바퀴에도 36ps의 모터를 결합해 출력과 기민한 마찰력 조절의 가치를 동시에 구현했다. 1세대 NSX가 역동적 머신과 편안한 GT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면 2세대 NSX는 극강을 지향했던 셈이다.

 

 

 

 

2세대 NSX는 2017년 서울모터쇼에도 전시됐다.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클래리티와 함께 혼다의 미래 기술력을 한국에 선보인 기회이기도 했다.

 

 

 

단 350대,
역사로 기록될 NSX 타입 S

 

 

NSX 1세대는 내연 기관 시대, 2세대는 하이브리드 시대의 ‘꽃’이었다. 1세대의 3.2리터 DOHC VTEC은 혼다 자동차의 대배기량 VTEC 엔진 발전, 2세대는 하이브리드 시대 포뮬러카의 극강 기술력이 양산차로 이식될 수 있음을 열매로 남겼다.

 

 

 

 

여기에 NSX의 섀시 공법은 효율적인 물리력 제어가 가능한 섀시 기술은 차세대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역동적이면서도 안락하며 안전까지 갖춘 토탈 머신의 가치, 그 꼭대기에 있던 차가 NSX였다.

 

 

 

 

이번 세대 NSX의 마지막에는 타입 S라는 에디션 명이 붙었다. 타입-S는 혼다의 북미 시장 고급 브랜드인 어큐라 주요 기종의 고성능 트림으로, 세단인 TLX, SUV인 MDX에도 적용된다. NSX 타입 S는 합산 최고 출력 600ps에 달한다. 엔진 최고 출력이 기존 500ps에서 520ps로, 최대 토크도 61kg?m로 증가했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카본 파이버 엔진 커버 등 경량화 패키지도 적용할 수 있다. NSX는 일반 공도용으로서보다 일본 슈퍼 GT, 북미 IMSA 웨더테크 챔피언십 등에 출전하는 팀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경우 일반적인 차체가 아닌 카본 파이버 등으로 제작한 파츠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NSX 타입 S는 모터스포츠 머신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했던 2세대의 특징을 강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NSX는 350대만 한정 판매된다. 그리고 대시보드에는 ‘n/350’ 형태로 에디션 넘버가 들어간다. NSX의 특별한 역사를 소장한다는 자부심을 오너에게 전하는 또 다른 선물이다. 참고로 1호 차량은 라이트웨이트 패키지를 포함한 모든 옵션이 적용됐는데, 그 주인은 북미 나스카(NASCAR) 컵 시리즈의 팀 중 하나인 헨드릭 모터스포츠의 창업주 릭 헨드릭으로 알려졌다. 그가 운영하는 헨드릭 오토모티브는 미국 내 주요 레이싱팀에 경주용 자동차를 공급하거나 규정에 맞게 튜닝하는 레이싱 전문 기업으로 유명하다. 릭 헨드릭은 2세대의 1호 차량도 낙찰받았을 정도로 NSX 사랑이 대단했다. NSX가 미국 모터스포츠 필드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NSX의 전동화는
이미 예고됐다?

 

 

2세대가 NSX가 하이브리드 시대의 꽃이라면 3세대로 돌아올 NSX는 전동화 시대의 꽃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그런 기대감을 갖게 해준 차가 있다. 바로 2016년 ‘파이크스 힐 클라임 레이스’에 등장한 NSX 기반 EV 콘셉트카였다.

 

 

 

 

당시 이 차량은 4개의 모터를 통해 4휠 모두에 기민하게 토크를 배분할 수 있는 토크 벡터링 기술을 적용했다. 156개에 달하는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의 코스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한 극강의 무기였다.
이 차량의 존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혼다는 콘셉트를 잊지 않고 있다가, 언젠가는 ‘실재 세계’로 끄집어내 약속을 지켜 왔다. 현재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엔진 시대에 불가능했던 탄소 중립적 고성능이라는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혼다 역시 협업을 통해 대용량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를 대량으로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더 큰 시각으로 보면 NSX의 전동화 부활은, 2040년까지 전 라인업을 전동화한다는 혼다 브랜드의 목표 달성에 대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혼다는 2022년부터 인디카 레이스를 통해 2.4리터 엔진 기반의 초고성능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와 기존 내연기관의 탄소중립화를 이룰 수 있는 e-퓨얼(석유 대체 탄화수소 연료)도 연구 중이다.


NSX는 단순히 고성능 스포츠카가 아니라 혼다가 꿈꾸는 ‘그 다음 세상’의 역할을 맡아 왔다. 혼다는 고성능차를 일반 양산차량과 동떨어진 존재로 보지 않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의 종합으로 보는 브랜드다. 그런만큼 향후 등장할 혼다의 자동차는 전기이건 하이브리드이건, 또 다른 내연기관 차량이건 간에 고성능과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구현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