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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CR-V, 21세기 SUV 진화를 보는 프리즘

혼다코리아 2023.04.12 177


혼다의 CR-V는 매년 30만 대 이상 판매되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다. 1997년 출시된 이래 현재까지 500만 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에는 수입차 시장 1위를 점하기도 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고 현재도 꾸준한 지지를 얻고 있다. 아직 5세대의 절반을 갓 넘었지만 각 시점마다 SUV 트렌드에 있어, 꼭 필요한 변화를 주도했던 것이 이러한 인기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CR-V 부터 현재 국내에 출시된 New CR-V 터보에 이르기까지, 이 차가 SUV 시장에 제시한 트렌드 변화의 포인트는 어떤 것이었을까?

 

 

 

군용차에서 레저로 그리고 도시용 자동차로
SUV 트렌드의 변천사

 

 

20세기 중반 군용차로 등장한 4륜 구동 오프로더는 1980년대 무렵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레저 지향의 SUV라는 장르로 변모했다. 높은 지상고와 넓은 수납 공간을 바탕으로 다양한 레저 활동의 베이스캠프 같은 역할을 하며 그야말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라는 존재감을 얻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도시와 도로 시스템이 급격히 발달한 20세기 말부터, SUV는 험로보다 온로드에서의 역량을 요구받게 됐다. 따라서 21세기의 SUV는 기존의 험로 주파 능력을 유지하되 안락한 승차감과 안정적이고 기민한 운동 성능 여기에 감각적인 디자인도 갖춰야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SUV는 기존 오프로더의 성향을 이어받은 차량과 도심형 유틸리티 차량으로 갈라지게 됐다.

 

 

 

 

 

 

‘SUV=오프로더’의 공식을 깨다!
섀시와 서스펜션의 혁신

 

 

1995년, 혼다가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SUV인 1세대 CR-V는 바로 그러한 시대적 전환기를 이끈 자동차다. 1996년 시카고 모터쇼를 통해 전세계에 최초로 공개된 이 자동차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유저들의 품을 찾아갔다. 그 해 북미 시장에서만 6만 6,000대, 이듬해부터는 1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베스트셀링카의 반열에 올랐다.
혼다 CR-V가 이처럼 인기를 얻었던 것은 SUV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며 신선한 충격을 던진 덕분이었다. 바로 ‘SUV=오프로더’라는 공식을 깨고 과감히 모노코크 섀시를 채용한 것이다. 6세대 시빅의 전륜 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1세대 CR-V의 섀시는, 과거 바디 온 프레임만큼의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가벼웠다.

 

 

1세대 CR-V의 후기형

 

 

여기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전·후륜 모두 적용했다. 이러한 시도는 어코드의 3세대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었는데, 이를 SUV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성과였다. 덕분에 승차감은 안락해지고 선회 시 안정성은 우수해졌다. 디자인도 당시 SUV에 비해상대적으로 완만한 각도의 A필러를 채용해, 온로드 지향 SUV로서의 날렵한 면모가 발휘했다.

 

 

개선된 섀시의 2세대 CR-V

 

 

2002년 등장한 2세대 CR-V에 이르러서는 비틀림과 굽힘 강성이 향상된 새로운 섀시가 적용됐다. 또한 요즘 기준으로도 고급형 SUV에 들어가는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더블 위시본의 서스펜션 조합을 자랑했다. 승차감은 더욱 부드러워지고 조향 성능은 더욱 날카로워졌다는 평가 속에, 2003년 미국의 권위 있는 매체 <카 앤 드라이브(Car & Drive)>지에서 최우수 소형 SUV로 선정되기도 했다. 참고로 이 시기의 CR-V는 2004년, 혼다가 대한민국 법인을 설립하여 정식으로 진출함에 따라 수입되기 시작한 첫 CR-V이기도 하다.

 

 

2세대 CR-V의 전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왼쪽), 후륜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오른쪽)

 

 

2006년, 3세대에 들어와서는 후륜 멀티 링크 서스펜션과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VSA)가 함께 적용되면서 안락함에 정교함을 더한 하체를 갖추게 됐다. 2011년 출시된 4세대 CR-V로 들어오면서는 전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의 설계 개선을 통해 직진 시의 토(toe, 주행 방행 대비 두 타이어가 이루는 각) 각도를 안정화하는 시스템을 더했다. 온로드형 SUV를 넘어 더욱 역동적인 SUV로서의 가치를 구현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3세대 CR-V

 

 

현행 5세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경량화와 소재 강성 간의 정교한 배치가 돋보이는 현재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바디가 적용된 New CR-V 터보의 섀시 구조 역시 1세대 CR-V에 녹아 있는 도시형 크로스오버라는 지향점이 첨단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유연성과 안정성이 향상된 서스펜션이 적용됨으로써, 조향은 재미있고 승차감은 안락한 SUV라는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효율성과 역동성 갖춘 파워트레인의 전통,
VTEC 터보로 이어지다

 

 

CR-V는 등장 당시, SUV로서는 비교적 적은 배기량인 2.0리터 엔진을 탑재했다. 그러나 우수한 효율을 통해 최고출력 126ps를 발휘했고, 5단 수동 및 4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특히 자동변속기의 경우 스티어링 컬럼 시프트 타입을 적용해 되어 있어서 1열 공간의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이렇게 확보한 공간을 통해 운전석 및 조수석 에어백을 기본사양으로 적용해 충돌 사고 시 운전자 보호 성능도 강화했다.
2세대 CR-V에는 최고출력 160ps(6,000rpm), 최대 토크 16.5kg?m(3,600rpm)를 발휘하는 2.4리터 엔진을 추가했다. 특히 이 엔진은 밸브 타이밍을 전자적으로 제어해 효율을 극대화한 i-VTEC 시스템을 기반으로 출력 상승에도 우수한 연비를 발휘했다.

 

 

CR-V의 2.4리터 i-VTEC 엔진

 

 

특히 3세대 CR-V에 적용된 5단 자동변속기 차종(4WD)의 경우, 미국 기준으로 9.5km/L의 도시 연비와 11.5km/L의 고속도로 연비를 발휘했다. 이는 당시 미국 제조사들의 동급 차량에 적용된 2.0~2.4리터급 디젤 엔진과 비슷한 연비였다. 이 차종은 국내에도 공식 출시됐으며 국내 기준으로 10.4km/L의 연비와 정숙성, 주행 질감의 우수성 등을 무기로 2007년 수입차 판매 대수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3세대 CR-V의 주행 장면

 

 

현재 New CR-V 터보 역시 동급 SUV 중 가장 적은 배기량의 엔진으로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1.5리터 VTEC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193ps, 최대 토크 24.8kg·m을 구현하며, 2WD 기준으로는 12.6km/L의 연비를 구현한다. 특히 ISG(아이들링 스톱 기어)를 적용함으로써 도시 연비를 0.2km/L 개선해, 고효율 SUV의 표준을 다시 쓰고 있다.

 

 

 

 

도시 경관에 부응하는 단정한 세련미,
SUV 디자인 변화를 주도하다

 

 

2세대까지 CR-V의 디자인은 오프로더를 지향했던 과거 SUV의 성격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경쟁 차종들과 비교해보면 심플하면서도 날렵한 선의 미학으로, 트렌디 SUV로 평가받았다.
디자인 면에서 보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3세대에서 나타난다. 혼다 CR-V는 곡선적 실루엣과 위로 열리는 해치 타입의 테일게이트 적용을 통해 큰 변신을 이루었다. 이에 따라 테일 게이트에 있던 스페어 타이어가 트렁크 룸 밑으로 이동했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4세대 CR-V의 스페어 타이어. 이를 차체 하부에 둔 시도는 3세대부터 진행됐다

 

 

또한 3세대 CR-V는 완전히 재설계된 플랫폼을 통해 전장을 기존 4,597㎜에서 4,521㎜로 줄였다. 대신 휠베이스는 2,625㎜에서 2,621㎜로 4㎜ 짧아지는 데 그쳐, 스포티한 비례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전고는 1,682㎜에서 1,678㎜로 낮아지고 전폭이 1,818㎜로 기존대비 35㎜ 확장되며, 무게 중심을 낮췄다. 요즘 유행하는 ‘로우 앤 와이드(low & wide)’ 타입의 선구적 시도였던 셈이다.
이러한 새로운 섀시는 충돌 안전성도 뛰어나, 2008년 NHSTA(미국 교통안전국)이 실시하는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덕분에 2007년에 CR-V는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10위 안에 랭크됐으며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로 기록되기도 했다.
CR-V의 디자인 변화는 더 숨가쁘게 진행됐다. 4세대 CR-V는 공력 성능을 강화한 범퍼와 에어 인테이크 홀이 적용됐다. 특히 대형화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 램프가 서로 겹치져 있는 듯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한 2014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익사이팅 H 디자인’을 바탕으로 전면부 HID 헤드라이트와 프런트 그릴, 범퍼의 역동성을 한층 강화했다.

 

 

4세대 CR-V. 유연함과 날렵함으로 도시 경관에 부응했다

 

 

 

4세대의 날렵함에 보다 직선적인 심플함과 날카로움을 더한 것이 바로 5세대 CR-V의 디자인이다. 헤드램프의 날카로운 눈매와 보닛부터 시작되는 예리한 캐릭터 라인은 SUV 디자인의 ‘날’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특히 5 세대의 CR-V는 외관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2열을 완전히 접었을 때의 깊이가 4세대 대비 248㎜ 길어져 우수한 공간감을 구현하게 됐다. 또한 여유로우면서도 심플한 대시보드 디자인에,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깔끔하고 시인성이 우수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전체적으로 단정한 인상을 준다. 이 덕분에 2017년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베스트 10 인테리어(Wards 10 Best Interior)’를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직관적이고 편리함이 느껴지는 조작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SUV 인테리어의 화두가 ‘직관적인 사용성’인 점을 고려한다면, 여기에도 트렌드세터로서의 면모가 녹아 있는 것이다.

 

 

 

2017년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워즈 10 베스트 인테리어'를 수상한 5세대 CR-V의 인테리어

 

 

CR-V는 소형 SUV HR-V에서 시작해 파일럿, 미니밴 오딧세이로 완성되는 혼다의 RV 퍼즐의 중요한 조각이다. CR-V의 변화는 혼다 RV 라인의 진화를 불러왔고, 자동차 업계 전반의 트렌드 변화를 이끌었다. 화려한 모습과 과시적인 디자인을 가진 차량은 아니지만, SUV 기술 트렌드의 흐름에 있어 중요한 장면을 주도한 자동차가 CR-V임은 부정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New CR-V 터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또 다른 시대를 향하는 혼다의 시야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 CR-V를 원하는 이들은 변화를 이끄는 그 안목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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