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비일상을 나누는 경계는 모호하다. 하지만,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보다 용이하게 해준다는 점만은 사실이다. 언제 어떤 경우에 훌쩍 떠나도, 가뿐한 움직임과 여유로운 공간성으로 즐거움을 주는 특별한 SUV, HR-V가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왔다. 이 자동차를 타고, 일상의 틈을 가르며 계절을 만끽하기 위해 달려보았다.
어떤 준비도 필요 없다 |
아무리 즉흥적으로 계획한 ‘도깨비 여행’이라 해도, 이것저것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자체가 로망이었던 시대였다면 모르겠지만, 냉정히, 최근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줄어드는 젊은 층의 자동차 면허 취득자 수, 한국 운전자들의 연평균 자동차 운전 거리 감소 등은 자동차를 이용해 훌쩍 떠나는 즐거움을 이해하기 어려운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든 선뜻 운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컴팩트 하고 부담이 없는 자동차가 흔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고가의 고성능 차가 아니면 개성 없고 밋밋하며, 편의 기능에만 집중한 자동차들에 익숙해져 자동차가 주는 이동의 재미를 채 느낄 기회가 없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혼다의 HR-V는 그 자체가 ‘떠남’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자동차라 할 수 있다. 날카로운 외관 디자인의 맛과, 군더더기 없는 실내는, 떠나기 위한 이유를 찾는 것을 중단하게 한다.
서퍼들에게 HR-V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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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HR-V의 최대 강점은 동급의 SUV에 찾아볼 수 없는 2열의 여유로움이다.특히 연료 탱크를 중앙부에 둠으로써, 2열 좌석의 시트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레그룸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데 성공한 드문 SUV이다. 2열 좌석을 들어올려 수납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팁업(tip-up) 매직 폴딩시트는 번거로운 전체 시트 폴딩 필요 없이도 다양한 크기의 물건을 수납할 수 있다.
이번에 HR-V와 향한 목적지는 그리 큰 짐이나 장비가 필요 없는 강원도 양양이다. 한국에서 서퍼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퍼들에게 인기 있는 죽도 해수욕장 인근까지는 180km 정도이다. 해당 고속도로가 생기고 나서 시간도 줄어들어 서퍼들 중에는 ‘반차’를 내고 차를 달려 그곳으로 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핑을 오래 경험한 사람들일수록 복잡한 장비보다는 파도 그 자체를 즐긴다고 한다. ‘스펀지만 있어도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루프 캐리어에 고급 보드를 싣고 다니는 것도 나름의 멋이고 재미이겠으나, 베테랑들은 좌석을 접고 차 안에 보드를 대략 밀어 넣은 채로 가볍게 떠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HR-V의 전장은 4,350㎜, 휠베이스는 2,610㎜이다. ‘모범 답안’에 따르면 2열 좌석을 접고 1열 좌석을 앞으로 바짝 당기거나 혹은 등받이를 뉘어 그 위에 보드를 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전문 서퍼들에 따르면,초보 서퍼들에게는 부력이 좋은 2.5~3미터대 롱보드를 권하므로,이를 실내에 싣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정도 길이라면 대형 SUV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느 정도 베테랑들에게는 짧고 파도의 다양한 면모를 경험하기 좋은 2미터 미만의 숏보드, 170cm 내외의 피쉬 보드도 추천하므로, 굳이 1열 시트의 조작 없이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
남다르게 달리다, HR-V의 주행 성능 |
서울 양양 고속도로는 포장 상태 등이 좋은 도로지만 산간 구간에서는 고속도로임에도 선회 구간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동해안 쪽으로 접근할수록 급격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이런 구간에서 중요한 것은 자동차의 동력 성능보다도 밸런스라 할 수 있다.
연료 탱크가 가운데 위치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짧은 휠베이스, 혼다 특유의 견고한 섀시에 기반한 안정적 조향성은 어떤 구간에서도 불안함을 주지 않는다. 최고 출력 143ps(6,500rpm)의 1.8리터 VTEC 엔진은 동급 타 가솔린 엔진 대비 고회전형이다. 강력한 동력 성능은 아니지만 추월 가속 시 망설임 없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보면 VTEC 특유의 회전감과 구동음을 느낄 수 있다.
이 때 패들 쉬프트를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최대 토크는 17.5kg?m(4,300rpm) 정도이지만 1,340kg의 가벼운 차체를 뛰쳐나가게 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추월 가속이 필요할 때 왼쪽의 하향 변속 패들을 당기면 계기반에 기어 단수가 표시된다. CVT가 적용되어 있지만 자동변속기와 같은 하향 변속에 의한 가속감과 역동성이 느껴진다.
서퍼가 아니어도 좋다 |
평일의 서울―양양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의외로, 이렇게 잠깐 짬을 내어 동해안의 파도를 즐기러 오는 서퍼들이 적지 않았다. 가끔 보이는 차량들은 저마다 루프 캐리어에 보드를 장착하고 있었다.
일상을 훌쩍 탈출해 서핑을 즐기는 이들 뿐만 아니라, 그저 새로운 바람을 맞이하고 재충전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HR-V는 매력적인 자동차다. 여행을 떠나는데 어떤 준비도 필요 없지만, 생각보다 이동에 있어서 이런 저런 ‘귀차니즘’이 이를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HR-V와 함께라면 다르다. 서핑을 할 수 없더라도, 잠시나마 파도와 노는 서퍼들을 보며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것, HR-V가 줄 수 있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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