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자동차 제조사들은 파워트레인의 종류를 불문, 연비를 강조한다. 무엇보다 연비는 소비자의 경제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까닭이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들은 제원상 표시된 연비가 공차중량을 기반으로 측정되었고, 따라서 실연비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가솔린 엔진으로, 제원상으로는 상당히 우수한 연비가 기대되는 어코드 터보의, '가혹 조건'에서의 연비는 어떨까?
'핸디캡 웨이트'를 적재한 가속 실험 |
자동차 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경량화이다. 1kg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복잡한 계산이 수 없이 반복된다. 그런 노력에 역행(?)하듯, 필자는 어코드 터보에 이례적으로 많은 짐을 실어, 무게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늘린 후 달려보기로 했다.
핸디캡 웨이트에 해당하는 물건들로는 실험 참가자의 소지품들 중 무게가 꽤 나갈 만한 것들로 골랐다. 우선 10kg, 5kg짜리 바벨 각 2개씩(30kg), 8kg 정도의 자동차 휠 4개(32~35kg), 15kg 정도의 연장과 부속품이 들어 있는 공구 박스, 15kg 정도의 전동 스쿠터, 아이언 풀 세트를 갖춘 골프 캐디백 1개(20kg)와 하프 캐디백 1개(10kg)를 실었다. 도합 120kg으로 체중 60kg 정도의 성인 2명이 더 탄 정도다.
이 상태로 주요 간선 도로를 달리면서 가속을 시도했다. 스포츠 모드와 패들 시프트까지를 활용하면서 VTEC 터보 엔진의 가속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연비가 얼마나 나빠지나를 작정하고 가속과 감속 주행을 반복했다. 약 40km를 달렸을 때, 기록된 평균 연비는 12km/L 수준이었다.
참고로 포스트지기는 동일 차종으로 지난해 여름, 강릉까지 새벽 구간 연비 트립을 진행한 바 있다. 그 당시에는 고속도로 중심의 정속 주행 시 최대 연비를 시험해보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이번 경우에는 그야말로 ‘가혹주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엔진회전계도 수시로 3,000~4,000대를 오르내렸고 1.5리터의 VTEC 터보 엔진도 제법 ‘그르릉’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패들 시프트를 사용해 급가속을 시도하고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최고 출력 영역에 빠르게 접근하기 위해 스로틀 전개도 기민해지고 엔진회전수도 높아진다
그러나 가속을 계속 진행해도, 주행 거리가 누적될수록 연비는 개선됐다.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이렇게 달리고 나서 다시 서울 시내로 들어섰을 때의 연비는 13.2~13.6km/L 수준이 되었다. 어코드 터보의 공인 고속도로 연비는 15.8km/L이고 복합 연비가 13.9km/L다. 100km 이상 쉬지 않고 ‘칼치기’를 하며 가속 페달을 밟는다면 모르겠지만, 포스트지기도 실험에 참가한 운전자도 그러기엔 체력이 부족한 중년이었다.
가속 구간 반복 시 연비
영원히 고통받는 양재 IC 출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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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실험에서는 더 가혹한 조건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심각한 정체구간을 통과한 출퇴근을 실제로 해보는 것이었다. 주무대는 안양, 수원, 성남 등 서울 남부의 주요 도시에서 서울로 진입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양재 IC 인근이었다. 이곳은 강남 순환로 공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 중인 곳이다. 참고로 이 공사는 몇 번째 완공 시기가 늦춰지고 있으며,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22년에야 완공 예정이라고 한다. 이 일정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늦춰지는 완공 시기만큼 매일 출퇴근 시간의 정체 행렬도 답답하다. 특히 강남 순환 터널 선암 IC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차량들이 더해지면서 출퇴근 시, 이곳을 중심으로 4~5km 구간을 지나는 데만 30~40분이 소요된다. 작은 접촉사고라도 일어나면 이곳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그나마 정체가 덜한 이른 오후의 양재 IC 인근. 사진에 보이는 정도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당연히 이곳을 통과하는 차량들의 평균 연비가 좋을 리 없다. 혼다코리아는 이 구간을 포함해 매일 20km 이상 운전해 출근하는 직장인으로 하여금 어코드 터보를 운전해보도록 했다. 운전 거리는 1일 왕복 40~41km, 총거리는 121km였다. 일찍 일어나거나 샛길로 다니며 정체를 피해 오던 해당 운전자는, 새삼 고통스러웠다는 여담이다.
아침부터 뜨거운 햇살에 에어컨도 마음껏 가동했다
서핑을 오래 경험한 사람들일수록 복잡한 장비보다는 파도 그 자체를 즐긴다고 한다. ‘스펀지만 있어도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루프 캐리어에 고급 보드를 싣고 다니는 것도 나름의 멋이고 재미이겠으나, 베테랑들은 좌석을 접고 차 안에 보드를 대략 밀어 넣은 이 운전자의 경우 12.2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혼다 코리아의 공식 홈페이지에 기록된 공인 연비 중 도심 연비는 12.6km/L이다. 가혹한 조건임에도, 공인 연비와 크게 차이나지 않은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코드 터보에 적용된 혼다 센싱에는 저속 추종(LSF) 기능이 있어 가?감속, 정지?재출발 시 사람의 판단보다 효율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순간순간 얌체처럼 끼어드는 차량,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교통상황 속에서 이 기능만 믿고 다니는 것은 어려웠다는 것이 운전자의 변이었다.
정체가 극심한 강남 한복판 도로 속 어코드 터보. 시험에 참여한 운전자의 실제 퇴근길이다
해당 운전자가 기록한 연비는 공인 연비 대비 3% 정도 나쁜 수치다. 통상 이 정도의 극심한 정체 구간을 지나면 10~15% 정도의 연비 하락이 일반적인 점을 감안하면 ‘선방’인 셈이다. 해당 운전자는 최대 토크 구간이 시작되는 엔진회전수를 잘 활용한 것을 비결 아닌 비결로 꼽는다. CVT 방식이지만 변속 반응이 명확해, 어느 정도 가속을 해 두고 관성으로 운전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연비 하락을 막은 한 방법이라고 했다.
결국 어떤 방법으로 달려도, 어코드 터보는 공인 연비 기준 도심 연비 정도 수준의 연비는 기록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상당수 운전자들이 처한 도로 조건이나 상황이 연비에 유리하지 않다고는 해도, 항상 이처럼 극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이 실험은, 깐깐한 한국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그들에게 신뢰와 실질적인 정보가 될 만한 ‘실연비’를 보여주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한국의 공인 연비 측정 방법은 자동차에 다소 불리한 미국의 기준을 따르고 있어 비교적 실제 주행에 가깝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그러한 조건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에 임해 어코드 터보의 연비 한계를 살펴본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이 콘텐츠에 나온 것과 같이 가혹한 운전을 매일 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어코드 터보는 실망스럽지 않은 연비로 운전자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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