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타이어는 운전자 개인의 선택이지만, 해당 차량의 성격을 잘 대변하는 것은 아무래도 출고 시 장착된 타이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출고 기준 타이어의 제원을 보면 해당 차량이 지향하는 성향을 알 수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타이어의 제원 수치별 주행 성향을 살펴보고, 현재 국내 시판 중인 혼다 차종의 출고 타이어를 함께 살펴본다.
타이어 측면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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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모든 부분이 그러하듯, 타이어 역시 제원 수치를 갖고 있다. 해당 수치 정보는 숫자와 알파벳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타이어 측면부인 사이드월에 기재돼 있다.
참고로 타이어의 구조는 바깥에서부터 지면과 접촉하는 트레드, 구조적 보강 역할을 하는 벨트, 타이어의 골격부인 카커스, 타이어 내부 공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밀폐하는 이너라이너, 휠의 림과 접촉하는 비드로 이루어진다. 또한 타이어의 트레드는 다양한 화학 성분과 재료의 합성 물질인 컴파운드로 구성되어 있다. 타이어의 제원적 특성은 구조적인 측면과 트레드를 구성하는 컴파운드의 성분 조합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사이드월에 적힌 숫자는 이러한 타이어 설계를 반영한다.
타이어 제원 수치에 대해 가장 익숙하게 알려진 것이 세 가지의 숫자이다. 통상 타이어 측면에 슬래쉬로 구분되어 있는데, 245/50R/20과 같은 방식으로 표기된다. 여기서 맨 처음 보이는 숫자는 타이어의 단면폭으로 ㎜ 단위이다. 타이어를 표준 림(rim)에 장착하고 규정 수준의 공기압을 충전한 후 하중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한 양쪽 사이드월 간의 직선 거리를 말한다.
가운데 수치는 편평비이다. 이 수치는 타이어 높이/총폭X100로 즉 숄더 부분이 얼마나 덜 둥근지를 가리킨다. 이 수치가 클수록 둥글고 구름 저항이 적어 연비 향상에 유리하나 선회 시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수치가 작으면 상대적으로 숄더 부분의 둥글기가 덜하고 타이어가 지면에 밀착되는 면적도 넓어진다. 그만큼 가속과 선회 등 스포티한 면모를 갖추고 있으나 구름 저항이 강하고 연비 구현에는 불리하다.
마지막 숫자는 타이어의 내경(안쪽 지름)으로 휠 림의 직경과 일치한다. 타이어 내경 즉 휠 림 직경 수치가 클수록 선회 시 지지력이 유리한 반면 무게가 무거워 연비 향상이나 순간 가속의 발휘 등에서는 다소 불리한 점이 있다.
이 세 가지 숫자 바로 뒤에 두 자리 숫자와 알파벳이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하중지수와 속도 표시(Speed Symbol)이다. 두 수치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중 지수는 한 개의 타이어가 버틸 수 있는 최대 하중을 숫자 코드로 약속한 것이다. 이는 주요 타이어 제조사들이 수치 변환기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데, 예컨대 하중지수가 102인 혼다 파일럿의 경우 1개의 타이어의 850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속도표시는 해당 하중 지수로 달릴 수 있는 최고 속력을 알파벳으로 코드화한 것이다. 앞서 예로 든 파일럿의 타이어는 스피드 심벌이 ‘H’로 표기돼 있는데, 이는 210km/h까지 하중지수에 표기된 하중을 버텨낼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하중 지수와 스피드 심벌은 차량의 견인력이나 다인원 탑승 시의 안정성 그리고 선회 시 차체 자세 제어 등과 관련 있다.
타이어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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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본 타이어 제원 수치, 특히 하중지수와 속도 표시 등은 주요 타이어제조사들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표의 양이 방대하므로, 이 콘텐츠에서는 혼다의 각 차종에 장착된 타이어의 경우만을 환산해 표시하는 한편, 각 차종의 성격과 타이어의 궁합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어코드 터보에는 H사와 M사, 하이브리드에는 M사의 단면폭 225㎜, 편평비 50%, 내경 17인치의 타이어가 적용된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하이브리드라는 두 파워트레인과 최적의 조화를 이룰 만한 고연비 지향 타이어의 표준적 제원이다. 어코드 터보는 복합 연비 13.9km/L, 하이브리드는 18.9km/L의 압도적인 연비를 발휘한다. 하지만 50%의 편평비로 일정 수준의 선회 성능이나 마찰력 확보를 위한 한계선은 지켰다. 또한 하중 지수 94(타이어 1개당 하중 670kg), 속도 표시는 V(240km/h)로, 고속 주행을 포함한 드라이빙의 재미를 놓칠 수 없는 어코드의 정체성도 반영한다.
어코드 터보의 후륜 타이어
참고로 최고 출력 256ps, 최대 토크 37.7kg?m를 발휘하는 2.0리터 VTEC 터보 엔진과 10단 변속기를 장착한 어코드 터보 스포츠의 경우 단면폭은 235㎜로 넓고 편평비가 40%, 내경이 19인치인 M사 및 G사 타이어가 장착된다. 이 차량의 경우 하중지수는 96으로 710kg까지 버틸 수 있다. 속도 표시는 터보,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V이다. 보다 강력한 선회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자동차임을 타이어에서도 느낄 수 있다.
혼다의 플래그십 SUV 파일럿에는 단면폭 245㎜, 편평비 50%, 타이어 내경 20인치, 하중지수 102, 속도 표시 H의 타이어가 적용된다. 동급의 대형 SUV들이 훨씬 폭이 넓은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과는 다소 다르다. 245㎜라는 폭이 좁은 것은 아니지만 전폭 1,995㎜에 달하는 파일럿의 전폭을 고려하면 다소 아담해 보인다. 하지만 혼다가 파일럿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극한의 선회성이나 고속 주행 등의 가치보다는, 안락하고 안전하며, 동급에서는 효율도 우수한 대형 SUV로서의 면모라 할 수 있다. 물론 3.5리터 SOHC VTEC 엔진이 발휘하는 36.2kg?m의 강력한 최대 토크를 기반으로 우수한 견인력과 가속력을 발휘하지만 그보다 품격 있고 안락한 주행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타이어가 바로 해당 제원의 타이어라 할 수 있다.
대신 20인치의 휠을 적용해 정통 SUV다운 높은 지상고에도 선회 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파일럿의 5인승 버전으로, 미국에서는 랠리에도 참여할 정도의 험로 주파 능력을 발휘한 혼다 패스포트 역시 동일한 제원의 타이어가 장착된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딧세이에 적용된 타이어는 단면폭 235㎜, 편평비 55%, 타이어 내경 19인치, 하중지수 101, 속도 표시 H의 B사 제품이다. 파일럿의 타이어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다. 파일럿과 같은 전폭을 갖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단면폭은 10㎜더 좁고 편평비는 5% 높아 더 둥근 타이어임을 알 수 있다. 내경 역시 19인치이다. 조금 더 가볍고 구름 저항이 적은 타이어를 적용했음을 알 수 있다. 속도 표시는 파일럿과 동일한 H(210km/h)이나 하중 지수는 101(825kg)로, 파일럿에 적용되는 타이어보다 견딜 수 있는 하중이 조금 적다.
해당 제원은 강력한 주행성능에 적합한 타이어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오딧세이는 가솔린 엔진 미니밴으로서는 우수한 9.2km/L의 복합연비를 발휘한다는 점이 메리트다. 전륜 구동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10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하기도 한 오딧세이는 현재까지 5세대로 전세계 미니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2019년 상반기에는 한국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꺾고 수입 미니밴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구름 저항이 적은 타이어가 적용되어 있는데다, 진동을 잡아 주는 어쿠스틱 글래스가 2열까지 적용되어 있어 품격 있는 여행을 약속한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신는 신발의 특징과 형태가 모두 다르다. 특히 동일 종목이라도 포지션 차이나 플레이 특성에 따라서 어울리는 신발이 정해져 있다. 자동차의 타이어 역시 다르지 않다. 순정이 아닌 타이어 등을 활용함으로써, 운전자 자신만의 선호, 필요에 차를 맞추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처럼 타이어 제원상으로 표기된 각종 수치 속에 담긴 제조사의 기술과 노하우는, 순정을 사용했을 때 차량의 본래 성격이나 수명, 연비 등을 고려해 최적화되어 드러난다. 적정 범위 내에서 타이어를 선택하는 것이, 즐겁고 안전한 운전에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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