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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소식

SOHC? 왜? 혼다의 3.5리터 V6 i-VTEC 엔진

혼다코리아 2023.04.14 119

혼다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 사업 영역을 통틀어 창조적인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창조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의외로 심플한 엔지니어링에 대한 탐구다. 그러한 기조는 때로 시대 흐름의 방향과 전혀 달라 보이기도 하지만, 살펴볼수록 트렌드를 앞선 혼다만의 가치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DOHC 방식에 밀려 사라진 줄 알았던 SOHC 타입 엔진이 혼다 i-VTEC을 통해 건재한 것도 그러한 사례다.

 

 

 

달리는 엔진에 채찍질, 
DOHC

 

 

바야흐로 21세기에, 혼다가 i-VTEC 엔진에 SOHC 방식을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 보다 상세히 알려면 우선 DOHC의 도입과 그 의미를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DOHC(듀얼 오버헤드 캠샤프트) 방식의 엔진은 실린더 헤드 위에 2개의 캠샤프트를 놓고 각각 흡기와 배기 밸브의 개폐를 맡도록 한 것이다. DOHC 시스템은 구조 상 자연스럽게 엔진의 회전 속도 상승과 폭발 주기 밀착을 유도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한 출력 상승이 가능했다.

 

DOHC 기술은 1910년대에 등장했으나 글로벌 제조사들이 본격적으로 이 기술을 채용한 것은 20세기 후반의 일이다. 혼다의 경우도 1985년 3세대 어코드에 2.0리터 DOHC 엔진을 적용한 것이 최초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통해 최고 157ps에 달하는 고출력을 얻어낼 수 있었다. 흡기와 배기를 담당하는 두 캠샤프트의 회전 효율에 대한 연구는 이미 혼다가 포뮬러 원을 비롯한 주요 모터스포츠를 통해 축적한 것이었다.

 

 

3세대 어코드의 2.0리터 DOHC 엔진

 

 

DOHC 엔진은 고출력화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으나 복잡한 구조라는 문제와 무거운 중량이 한계였다. 토크는 2.0리터 DOHC 기준 19kg·m 수준으로 당시로서는 훌륭했으나 혼다 연구진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SOHC 엔진, 
재미있는 차에 대한 욕망

 

 

그런 목마름을 채워 준 것이 비슷한 배기량의 SOHC(싱글 오버헤드 캠샤프트) 엔진이었다. 배기량은 1.8~2.2리터까지 DOHC와 비슷했는데 이는 혼다가 두 엔진을 선후 관계가 아닌 성격의 차이로 보았음을 알려준다.

 

 

 

 

사실 최대 토크는 2.2리터 엔진 기준으로도 21kg·m 수준으로 2.0리터 DOHC 엔진과 비슷했다. 그러나 이는 DOHC 엔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8:1 정도의 압축비를 택한 까닭이었다.

 

SOHC 엔진의 핵심적 강점은 성능만이 아니라 자동차 전체 엔지니어링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비교적 큰 배기량에도 보닛 공간이 여유로웠던 것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이 가로배치 전륜 구동 방식을 택한 혼다 차종에 있어 이는 획기적인 메리트였다. SOHC의 컴팩트한 크기는 현가 장치 설계에서 레이아웃이 주는 제약 조건을 해결할 수 있게 만든 까닭이다.

 

 

 

 

SOHC 엔진의 이러한 장점을 얻은 혼다의 실험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1990년대 초 등장한 2세대 레전드에 장착된 220ps의 3.2리터 엔진도 SOHC 타입으로 제작하고 아예 후륜 구동 차종처럼 세로로 배치했다. 물론 모험이었다. 변속기 디자인도 까다로웠고 어느 정도의 동력 전달 손실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가로 배치 전륜 구동 차량의 약점으로 꼽히던 조향 명확성을 크게 개선했다. 또한 이러한 레이아웃을 담아내기 위해 프론트가 길어진 유려한 디자인은 당시 고급 세단의 전형을 제시했다.

 

 

 

‘착한 대배기량’ i-VTEC을 만난 
SOHC 엔진

 

 

2000년대 들어서며 ECU 시스템의 정교화는 엔진의 효율과 오염물질 배출 저감에 기여했다. 특히밸브 시스템과 연소 기술의 정교화를 통해 대배기량 엔진도 효율화와 배출 가스 저감 효과를 구현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주행 상황에 따른 일부 실린더 중지(Cylinder Deactivation) 기능이다. 즉 정속 주행 등 엔진의 강한 부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린더의 일부를 쉬게 하는 방식으로 연료 소모와 배출 가스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혼다의 경우는 이미 2003년에 3.0리터급 이상 엔진에 이 기능을 적용한 i(intelligent)-VTEC 시스템을 공개했다. 혼다 차종의 경우 ‘ECON’ 버튼을 누르면 이 기능이 작동할 준비가 된다. 이 기술이 적용된 차종 중 한국에 출시된 기종은 9.5세대의 어코드와 쿠페형 왜건인 크로스투어 그리고 오딧세이와 파일럿을 들 수 있다. 이 기술은 배기량 대비 구조가 컴팩트하고 가벼운 SOHC 타입과 어울려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최고 효율의 엔진을 만든다는 ‘어스 드림(Earth Dreams)’의 철학에 부합하는 엔진이기도 하다.

 

 

 

 

 

 

‘효율과 성능의 접점, 
화끈한 3.5 리터 V6 i-VTEC

 

 

최근엔 과급 테크놀로지의 정교화로 대배기량 엔진은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모양새다. 과급 엔진이 공차 중량이 무거운 RV의 초반 가속에도 이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흐름은 상식적이다.

 

그러나 과급 엔진이 모두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은 아직 존재한다. 고속 주행에서의 여유로움과 지속적인 추진력은 많은 자연흡기 엔진 마니아들을 아쉽게 하는 요소다. 터보차저의 냉각 등을 이유로 엔진오일 소모량도 많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장점은 그대로 두고 연비만 개선됐으면 하는 건 욕심일까?

 

 

 

 

SOHC 기반의 혼다 i-VTEC 3.5리터 V6 엔진은 이러한 요구를 자연스럽게 충족시킨다. 이 엔진은 직분사 방식과 SOHC 엔진 구조적 장점을 기반으로 최대 토크를 36.2kg·m까지 발휘한다. 이 최대 토크는 4,700rpm까지유지된다. 공차 중량 2,095kg의 오딧세이나, 1,965kg의 파일럿을 순식간에 밀어붙일만큼 강력하다. 비공식적이지만 해외 포럼에서 오딧세이의 경우는 미니밴 중 가장 압도적인 가속력을 가진 차로 평가받기도 한다. 세단인 어코드의 i-VTEC 3.5리터 V6 버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정숙성과 다이내믹한 가속 성능의 조화로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현재 오딧세이의 경우는 10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돼 공인 복합 연비 9km/L를, 파일럿은 9단 자동변속기와의 결합으로 8.4km/L를 발휘한다. 그러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실제 오너들의 차량 사용기에 따르면 그 이상의 연비를 경험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파일럿의 9단 변속기 역시 부드러움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i-VTEC 3.5리터 V6 엔진의 힘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무게 배분에서의 장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륜 구동인 오딧세이와 4륜 구동 방식인 파일럿은 모두 5.5:4.5 정도로 균형 잡힌 전후 중량 배분을 자랑한다. 대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한 전륜 구동 차량이지만 오딧세이와 파일럿의 조향이 주요 글로벌 자동차 매체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통상 대배기량의 전륜 구동 차종들의 전후 무게 배분은 6:4에서 7:3까지 이른다.

 

 

 

 

혼다 외에 주요 제조사들 중에도 SOHC 방식의 엔진을 비교적 최근까지 생산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SOHC는 혼다처럼 엔지니어링 철학의 문제는 아니었고 가는 길이 달랐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혼다의 SOHC 엔진은 고집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혼다라는 브랜드를 이끈 힘이 바로 그 고집, 즉 보다 심플한 구조로 많은 사람들이 유지 보수의 부담을 잊을 수 있게 하자는 철학이었다. 그리고 이 철학은 까다로운 환경 규제의 시대에 대배기량 엔진의 명맥을 이어가게 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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