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장점 하면 보통 연비를 떠올린다. 그래서 하이브리드가 ‘힘’에 강점을 보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동차의 구조나 제원에 대해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엔진과 모터의 합산 토크로 인한 개념을 인지하겠지만, 모든 운전자들이 제원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힘’ 특히 2모터 기반인 혼다 i-MMD 시스템의 능력을 실제 일상 생활에서 느껴볼 수 있는 상황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4륜 구동과 결합된 시스템이라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 요소가 더욱 크다.
주차장 경사로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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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법 상, 한국 건물의 지하주차장 경사도는 직선의 경우 17%(약 9.65°), 곡선의 경우 14%(약 7.97°)로 제한돼 있다. 얼핏 보기엔 그리 큰 각으로 보이지 않으나, 퍼센티지로 표시되는 경사도는 차에 그만큼의 하중이 더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혼다 하이브리드 차종의 유저들이라면, 리튬 이온 배터리 전력이 일정 수준 남아 있다는 전제 하에, 경사로에서 EV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32.1kg?m에 달하는 최대 토크는 웬만한 2.0 리터급 가솔린 터보 엔진에 육박한다. 이러한 면모는 최대 토크가 20kg?m대에 머무는 타 사 하이브리드 차종들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차량의 구동 특성에는 제조사 나름의 목적과 정체성이 반영되는데, i-MMD의 본질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경사로에서 EV 작동의 효율에는 복잡한 조건이 작용한다. 오르막길에서는 상대적으로 후륜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므로 전륜만으로 끌기보다는 후륜에도 구동력을 나누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4륜 구동인 리얼타임 AWD를 적용한 뉴 CR-V 하이브리드는 2모터의 강력한 토크와 구동 방식에 따른 힘 사용의 효율성까지 조용한 등판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부드럽고 조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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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시스템이 강력할수록 편해지는 구간은 도심 구간이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엔진과 변속기 차량들보다 훨씬 적은 부담만으로 차를 출발시킬 수 있고 진동이나 소음도 적다. 자차로 출퇴근하는 도심 직장인들의 경우, 일반 내연기관과의 비교했을 때 확실히 피로도가 낮다.
서행이 계속되면 i-MMD 시스템은 EV 모드를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배터리 용량이 줄어들면 엔진을 구동시켜 배터리를 충전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ECON’ 모드까지 사용할 경우 EV 모드를 쓸 수 있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혼다 i-MMD 시스템의 도심 연비가 고속 연비보다도 우수한 것은 이 덕분이다.
계기반이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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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진입과 추월 구간은 오르막 경사로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와 4륜 구동 조합이 갖는 강점을 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기어박스 우측의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2모터 시스템의 긴밀한 협응이 시작된다. 2모터의 최대 토크가 차를 강하게 밀어주면 215ps에 달하는 합산 최고 출력이 그 힘을 이어나가게 해준다. 운전자의 경험만 놓고 보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터보차저와 비슷한 존재감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지만, 터보차저보다는 가속 초기 반응이 부드러우면서도 명쾌하다.
추월 가속과 고속도로 진입에서는 파워 유닛의 동력뿐 아니라 이를 얼마나 안정적인 마찰력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조향과 가속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이 때의 안정성은 안전 및 사고 예방과도 직결된다. 물론 안전운전 측면에서만 본다면 가?감속은 스티어링휠이 일직선으로 정렬된 다음에 시도해야 하지만 고속도로 진입이나 추월을 위한 차로 변경에서는 가속이 불가피하다. 이 때 리얼 타임 AWD 시스템은 고속에서의 조향과 가속에도 차체를 탄탄하게 제어하고 물리력의 불필요한 개입을 막아낸다.
고속도로 정속주행에도 EV 모드가? |
도심 연비가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속도로 연비도 우수한 것이 i-MMD 시스템이다. 특히 엔진의 필요 토크가 일정 수준 이하인 관성 주행 시에는 EV 모드가 순간순간 작동하며 연비 개선에 기여한다. 100~110km/h 정도인 국내 고속도로 규정 속도를 지킨다면 이러한 상황을 쉽게 볼 수 있으며, 덕분에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복합 연비 수치에 달하는 연비도 경험할 수 있다.
뉴 CR-V 하이브리드와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2.0리터 앳킨슨 사이클 i-VTEC 엔진의 최대 토크는 17.8kg?m으로 약간 낮게 설정돼 있는데, 이는i-VTEC 엔진과 2모터 시스템의 동력 전환이나 협응을 부드럽게 한다. 토크 발휘는 2모터 시스템에 맡기지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고회전 영역에 재빨리 도달하는 i-VTEC 특유의 순발력도 돋보인다.
에너지도 브레이크 패드도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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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제동 시스템은 모터의 특성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대표적 장점이다. 감속 시의 에너지를 활용해 모터를 발전기로 활용하는 한편 엔진 브레이크와 유사한 효과를 발휘하는데, 덕분에 브레이크 패드의 수명이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2배 이상 길다. 물론 심리스(seamless)한 엔지니어링을 자랑하는 혼다답게, 회생 제동과 유압식 브레이크의 배력 연결도 자연스럽다.
회생 제동 조작은 브레이크 조작, 내리막길 주행 등의 조건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이 때 계기반에서도 충전(charge) 방향으로 녹색 게이지가 쭉 확장된다. 보다 강도 높은 회생 제동을 원할 경우 스티어링휠 뒤의 패들 시프트를 활용하면 된다. 왼쪽의 ‘-‘ 패들을 한 단계씩 당기면 계기반 중앙에 ‘V’ 표시가 아래로 추가되며 속력이 줄어들고 리튬이온 배터리로 충전되는 에너지의 양도 많아진다. 역시 파워 플로우도 녹색으로 변하며 배터리로 향한다.
회생 제동 시스템은 이미 1990년대 혼다의 전기차 연구에서부터 시작됐다. 모터를 활용하는 기술이었으므로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2001년 시빅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IMA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상용화됐다. 30년이 넘는 전동화 파워트레인 연구 결과가 누적된 시스템인 만큼 배터리의 전압 관리와 회로 효율성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혼다의 i-MMD 시스템이다.
자동차의 기술 개발 목적은 명확하다. 보다 많은 운전자들의 일상에 편리함을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운전은 습관적인 행동이고, 자동차가 그 습관에 어떤 편의를 주는지를 소비자가 단박에 판단하기는 어렵다. 만약 뉴 CR-V 하이브리드를 구매하고 싶은데, 하이브리드 SUV의 장점이 무엇인지 막연했다면 이 다섯 가지 포인트 중 2~3가지만 기억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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