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차를 세차하는 차주의 모습에선 어쩐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셀프 세차라는 취미에는 시쳇말로 ‘플렉스(flex, 과시)’의 경향도 가미돼 있다. 그러나 막상 미니밴이나 대형 SUV 등의 차주들은, 즐거움과 고단함이 공존한다고 입을 모은다. 크기와 공간감은, 승객으로서는 안락함을 느낄 수 있지만 차를 씻기는 입장은 다르다. 그래서 혼다코리아 오토모빌 포스트지기는, 뉴 오딧세이의 1인 셀프 세차가 과연 어느 정도의 노동력을 요구하는지 도전해보았다.
평일 이른 시간 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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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말에는 48시간 내내 셀프 세차장의 빈 틈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평일 아침 6시 즈음 세차장을 찾았다. 새벽 세차의 장점은 민폐 걱정 없이, 엔진과 브레이크를 충분히 식힐 여유에 있다. 고속 주행을 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략 5~10분 정도로 충분하다.
포스트지기는 이 시간에 버킷에 물을 받았다. 버킷은 두 개로, 카샴푸(도장면 보호 성분이 있는 세제)를 희석시켜 사용할 통과, 빨래판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 원판인 그릿가드를 넣은 헹굼통이다. 각각 16리터 정도 되는 부피인데, 모두 2/3, 10리터 정도를 채웠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카샴푸는 통상 1:1000 정도의 비율로 희석해서 쓰는 것을 권장하는데, 물의 양이 약 10리터 정도이므로, 용기를 기울였을 때 굵게 한 덩어리가 떨어지는 정도면 대략 맞는 비율이라 할 수 있다.
이 다음은 비교적 잘 알려진 것처럼 고압수를 이용한 프리워시다. 오딧세이의 전고는 1,765㎜에 달하므로 발판을 이용했다. 발판을 오르내리는 시간 때문에, 요금 결제기와 먼쪽부터 가까운 쪽으로 이동하며 고압수를 뿌리는 것이 덜 피곤하다.
요즘 셀프 세차장에는 스노우폼(snow foam) 분사기가 대부분 갖춰져 있다. 곱고 점성이 있는 거품으로, 이것을 가득 뒤집어쓴 차의 모습은 셀프 세차를 즐기는 이들에게 SNS 필수 인증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스노우폼을 세차 전단계로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스노우폼의 성분은 중성인 카샴푸에 비해 알칼리성인데, 이를 너무 많이 쓰면 플라스틱 몰딩 부위나 타이어 등 고무 부분에 경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점성이 많은 거품으로 도장 표면의 이물질을 분리시키는 정도가 스노우폼의 역할이다. 따라서 분사 후 오래 대기할 필요 없이 폼을 한 번 헹궈내거나 아니면 바로 카샴푸를 사용해 세척을 시작하면 된다.
‘동작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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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샴푸 거품을 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리 샴푸를 풀어 둔 통에 고압수를 살짝 쏘면 된다. 이 때 노즐 끝을 수면에 닿을 듯 말 듯 갖다 대면 거품이 풍부해지고, 통을 가볍게 톡톡 치면 큰 거품이 꺼져 고와진다. 스팀을 이용해 우유 거품을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워시 미트는 유리, 차체 상단, 하단에 쓸 것을 각각 나눠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거추장스럽다면 먼저 유리 부분을 닦고 미트를 헹군 후 차체 윗부분을 닦아 나가면 된다. 이 때 해당 부위를 박박 문지를 필요는 없고, 워시 미트를 물에 적셔 그 무게로 ‘척’ 얹어 미끄러뜨리듯 하는 것이 도장을 보호하고 이물질만 없애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속도’가 중요하다. 의외로 카샴푸로 차체를 닦을 때는 서둘러야 한다. 특히 오딧세이처럼 차체가 크다면 미트가 채 닿지 않은 곳의 스노우폼이나 카샴푸가 조금씩 말라 얼룩을 남길 수 있다. 혼자 하는 세차에서 오딧세이의 루프 부분 세척이 힘들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발판이 차체에 닿지 않게 하면 실제 안전한 자세로 닦을 수 있는 루프 면적은 1/4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좌우측 전후로 발판을 옮겨가며 미트질을 해야 했다.
휠은 별도의 극세사 스펀지를 활용해 닦았다. 투 톤의 19인치 휠은 오딧세이의 ‘옆태’를 결정하는만큼 세심히 닦을 필요가 있다. 단지 미관상 이유가 아니라도, 이물질을 오래 두면 부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타이어 공기압 저하가 발생하기도 한다.
셀프 세차의 절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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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화장뿐만이 아니다. 세차에서도 세제의 흔적을 지우는 헹굼이 중요하다. 전체 세차 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잔여물이 남기 쉬운 틈에 신경써야 한다. 미니밴의 경우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리는 2열 도어와 3열 측면의 홈에 유의해 고압수를 분사한다. 이 때 분사 각도는, 물줄기가 차체에 빗맞게 한다는 느낌으로 유지한다. 고압의 물줄기를 직각으로 쏘면 전장이나 센서 등 취약한 부분의 고장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세세한 부분에 신경 쓰며, 오딧세이의 헹굼 과정을 마치는 데는 대략 10분 정도가 걸렸다. 물론 고압수를 긴 시간 연속으로 뿌린 것은 아니고 중간에 한 번 분사를 끊고 세척이 덜 된 부분을 확인해가며 덜 지워진 이물질은 다시 지우는 과정이 있었다.
건조 시 대형 건조 타월을 차체에 투망하듯 던져서 닦아 내리는 방식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기왕이면 무게감이 있는 타월을 두 개 준비해서 유리와 차체용으로 나눠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형차의 건조 시 의외로 잘 놓치는 부분은 문을 열었을 때, 패널 안쪽의 공간과 가장자리다. 은근히 물이 많이 묻어 있는 곳인데, 방치하면 부식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잊지 말고 닦아내야 한다. 물론 혼자서 하다 보면 지쳐서 지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질 수도 있다. 미니밴 세차는 반드시 2인 이상이 하는 것을 권한다.
타이어의 경우는 물기가 마른 후에 타이어 광택제를 발라 준다. 최근에는 타이어 사이드월의 곡면대로 만들어진 스펀지가 있어 도포가 쉽다. 이는 미관 상 장점도 있지만 사이드월이 경화되어 마찰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물론 과유불급이다. 광택제를 타이어에 바로 뿌리기보다는 스펀지에 묻혀 도포하는 것이 좋다.
광활한 실내 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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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의 승차 공간은 동급 기종에서도 압도적으로 넓다. 3,000㎜의 휠베이스와 1,995㎜의 전폭을 자랑한다. 특히 주행 성능은 우수하면서도 공간을 절약한 후륜 서스펜션의 엔지니어링 덕분에 어느 차종보다도 3열 레그룸이 넓다. 또한 후미 하단 폭이 넓어, 3열 폴딩 없이도 골프 캐디백(클럽백)을 2개 정도는 가로로 여유롭게 실을 수 있다. 그러니 실내 세차는 웬만한 방 한 칸의 대청소와 맞먹는다.
이걸 도저히 혼자서 다 해낼 자신이 없다면 실내 환경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매트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 실내 오염원의 대부분은 일차적으로 매트에 묻어, 이것이 날아다니면서 다른 곳을 오염시킨다. 가능하면 모두 꺼내서 진공청소기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물론 그 외 곳곳에도 자잘한 먼지들은 있다. 특히 2열 좌석과 매직슬라이드 레일 사이 공간이 대표적이다. 좌석의 무게가 만만치 않으므로 만약 혼자라면 좌석을 탈거하기보다, 좌석 자체를 사진과 같이 앞쪽으로 살짝 들어올려 진공청소기 등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가죽 시트는 극세사 타월로 가볍게 닦았다. 이물질이 있을 경우도 힘주어 문지르기보다, 가죽 세정제를 묻혀 지워질 때까지 부드럽게 두드리는 방식으로 제거하는 것이 가죽을 오래 살리는 길이다. 가죽 왁스는 1~2개월에 한 번으로 족하다.
내측의 도어 핸들 그리고 앞부분 크래쉬패드를 가로지르는 인테리어 트림 고광택 소재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손자국이 나기 쉽다. 8인치 터치스크린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전자제품용인 부드러운 융 소재의 천으로 닦았다. 다만 터치스크린의 경우 어차피 ‘터치’가 목적인 만큼 손자국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오딧세이와 같은 미니밴은 한꺼번에 다인원이 탑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외관이든 실내든 한번에 크게 오염되며, 한 번 세차할 때 ‘각오’가 필요하다. 애초에 이처럼 품이 넓은 차를 탄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관계의 폭도 여유롭다는 의미다. 오딧세이를 통해 미니밴의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예비 오너라면, 혼자서 고행의 길을 가기보다 평소 쌓아 둔 인간관계의 ‘덕’을 십분 활용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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