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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소식

크로스체크! 혼다가 진짜 재미있는 브랜드인 이유

혼다코리아 2023.04.19 241

단순히 이동 그 자체만이 목적이라면 대중교통이 답일지도 모른다. 특히 한국처럼 미세 교통망이 발달해 있는 나라라면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조건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의 존재감을 이동 수단에서 삶의 경험을 넓혀주는 도구로 승화시키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 그 자체가 재미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혼다는 여섯 바퀴를 통해 그 재미를 증명해오고 있다.

 

 

 

든 것을 바꾼

작은 것

 

 

■ 글로벌 혼다 자동차의 태동, N360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비즈니스 이론을 제시한 하버드대 석좌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2012년 한 리포트를 통해,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혼다의 초소형 자동차인 N360, N600을 들었다. 1960년대 후반에 혼다가 이러한 초소형 자동차들을 만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를 더 크게 만드는 데 골몰했다. N360은 처음 미국 시장에서 냉대받았으나, N360과 함께 설계에 돌입한 N600은 큰 인기를 누렸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N600 이후 시빅이 등장했고 그 이후 오일 쇼크가 왔다. 혼다를 비롯한 일본 제조사들의 그 이후 행보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이다”라고 짚었다.

 

 

 

 

■ 혼다 모터사이클의 알파이자 오메가, 슈퍼 커브

 

 

2018년에 ‘환갑’을 넘은 슈퍼 커브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전거에 모터를 장착한 모페드 기반의 심플한 디자인은, 1958년 첫 등장 이후 긴 시간 동안 크게 변하지 않는 고유의 가치였고 무거운 엔진과 프레임을 차체 하단에 배치한 언더본 타입의 표준을 제시했다. 누구나 타기 쉽고 유지 보수에 필요한 비용도 적어야 한다는 철학은 이동의 자유와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혼다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첫 모델인 C100은 출시 이듬해 17만 대 가까운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커브는 대중문화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20년작 애니메이션인 <날씨의 아이>에도 등장한다. 참고로 핑크빛이 인상적인 이 커브는 한정 제품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1958년형 슈퍼커브

 

2019년형의 슈퍼 커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날씨의 아이>에 등장한 핑크 컬러의 슈퍼 커브를 실사화한 특별 에디션

 

 

현재 미국에는 혼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의 이러한 가치를 잊지 않고 이해하는 마니아들이 있는 듯하다. 2019년, 세계 최대의 튜닝카 및 애프터마켓 축제인 세마(SEMA) 쇼에는 혼다 VFR 800의 800cc V4 엔진을 장착한 1972년형 N600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세마 쇼에 등장한 1972년형 혼다 N600. 엔진은 VFR800의 V4 엔진이다 

 

 

 

특이한 고집과
엉뚱한 실험

 

 

■ 공랭식 엔진에 대한 고집

 

 

혼다 소이치로는 끝까지 현역 엔지니어이고 싶어했다. ‘회장님’보다는 ‘아저씨’라는 호칭을 더 좋아했다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고위관계자가 자동차 기업 총수들을 호출했을 때도 작업복을 입고 참석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그만큼 그는 기술에 대한 고집도 강했는데, 그가 애착을 가진 기술은 바로 공랭식 엔진이었다. 지금은 시대에 밀려 사라졌으나 공랭식 엔진은 구조가 간단하고 고회전 시 특유의 날카로운 회전음이 매력이다. 냉각 방식은 다르지만, 현재 VTEC 엔진의 고회전 시 사운드도 그 공냉식 엔진에 대한 오마주라 할 수 있다. 특히 어코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1970년대의 1300에는 수냉식 엔진의 재킷처럼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이중 블록 형태를 만들기까지 했다.

 

 

 

 

■ SOHC 엔진을 아직도?

 

 

공랭식 엔진에 대한 고집에서도 볼 수 있듯 엔지니어로서의 소이치로는 간단한 구조를 신봉했다. 현재 파일럿, 오딧세이 등 3.5리터 VTEC 엔진에도 적용되고 있는 SOHC(싱글 오버헤드 캠샤프트) 방식도 그러한 신념이 유산으로 남아 있는 사례다. 시대와는 역행하는 사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다른 대배기량 엔진들이 연비와 배기가스 문제 때문에 역사책 속으로 들어가는 와중에도, 그 행렬에서는 빠져 있다. 오히려 컴팩트하고 가벼운 구조의 엔진이 파일럿처럼 덩치 큰 차종에 적용되며 전체적으로 차의 무게를 덜어내는 효과가 있는데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 특성은 비슷한 체급 차종 중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연비를 내는 비결이기도 하다. 실제 파일럿 오너들 중에는 고속도로 연비 기준으로 15km/L 이상을 ‘인증’하기도 한다.

 

 

 

 

■ 60년째 지속되고 있는 기술,
    원심 클러치

 

 

혼다 모터사이클에는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지속해오고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슈퍼 커브 대중화에 크게 공헌했던 원심(遠心) 클러치 방식이다. 이는 기어 체인지 페달을 밟는 것만으로도 기어 변속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으로 클러치 조작을 해야 하는 왼손에 자유를 주었다. 특히 혹한기에는 손가락이 곱아 클러치 레버를 당기는 것이 고역인 이들에게는 고맙고 친절한 기술이다.

 

 

 

 

■ 자동차에도 잘 적용하지 않는 DCT,
    모터사이클엔 최초?

 

 

말 그대로다. 혼다는 자동차의 경우 미국 시장의 특성에 맞춰 자동변속기를 선호했고 정교한 CVT를 결합하며 고효율화를 추진해 왔다. 다른 제조사들이 동력 전달 효율 향상과 연비 개선을 위해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에 매달린 것과 다른 길인 셈이다. 넓게 보면 NSX 2세대에 적용된 9단 DCT가 있으나, 일반적인 양산차의 개념과는 다르다.

 

 

 

 

그러나 모터사이클에는 이 DCT를 최초로 적용했다. DCT는 클러치 축을 홀수 단과 짝수 단으로 이원화해 동력전달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것을 모터사이클에 장착하게 되면 기어 변속이 필요 없는 장점이 있지만, 무게와 부피가 상당해 모터사이클에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유닛의 간소화는 혼다의 장기였다. 혼다는 2009년, 가벼운 거동이 필요한 엔듀로 기종 VFR1200F에 모터사이클 최초의 DCT를 적용하며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이후 모터사이클용 DCT는 아프리카 트윈 및 플래그십이라 할 수 있는 골드 윙 등 다양한 차종에 적용된다.

 

 

 

 

 

레이스의 흥분을
양산차의 현실로?

 

 

통상 모터스포츠 투자를 통해 얻은 기술은 그만큼 고부가가치의 고성능 차량에 적용된다. 그러나 혼다는 보다 많은 사람이 타는 양산차에 그 가치를 적용하며 새로운 실험을 더했다. 지금 보면 황당할 정도지만 이유가 있는  명확한 기술이었다.
혼다 브랜드로만 한정하면 후륜 구동 차종은 S2000나 1세대의 NSX 정도로 한정될 정도로 전륜 구동에 특화돼 있다. 그리고 전륜 구동 레이아웃의 경우에는 통상 변속기를 측면에 배치해 차축으로 구동력을 전달하는 가로배치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2세대 레전드는 전륜 구동이면서도 엔진을 세로로 배치해 ‘프론트 미드십’이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최고 출력 220ps를 발휘하는 3.2리터의 대배기량 엔진이었는데 이것도 SOHC 방식이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대배기량의 가로배치 엔진은 선회시 좌우륜 하중 이동이 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조향 정확성이 떨어지는데,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구동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방향은 몇 번이나 바꿔야 하고 그로 인한 손실이 지나치게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혼다는 이 차량을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이런 기술적 약점을 보완했다. 개발 당시 1세대 NSX가 함께 연구되고 있었던 것도 이러한 자신감의 발로였다.

 

 

■ 포뮬러 원과 혼다 제트기의 기술, VTEC 터보 엔진

 

 

혼다 어코드 2.0T에 적용되는 2.0리터, New CR-V 터보에 적용되는 실용적인 성능과 우수한 연비의 1.5T VTEC 터보 엔진은 포뮬러 원 엔진의 기술력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직접적인 수혜는 2세대 NSX의 터보-하이브리드 엔진이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과급을 위한 터빈의 구조, 연소실 내에서의 공기흐름과 연소 속도 향상 등은 포뮬러 원 엔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포뮬러 원 레드불 레이싱팀의 머신에 적용된 이 터보 엔진 기술도 혼다의 경량 제트기인 HF120의 터보팬 엔진에 기원을 두고 있다.

 

 

 

 

 

■ CBR1000RR-R 파이어블레이드, 트랙과 공도를 아우르는 극강 머신

 

 

혼다 모터사이클은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제패했다. 특히 모터사이클 레이스에서는 압도적이었다. 최근 혼다의 글로벌 SNS 채널에 공개된 혼다 머신의 우승 피니시 100장면은 어떤 영상적 조미료 없이도 강렬한 흥분을 전한다.

 

사실 모터스포츠용 차량들은 일반인들이 다루기엔 다소 거칠고, 일반적인 고성능 차종들은 트랙에서의 재미에 한계가 있다. 이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것이 CBR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파이어블레이드다. 일반적인 주행에서의 즐거움을 의미하는 토탈 컨트롤에 더해 트랙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는 토탈 컨트롤 포 더 트랙(Total Control for the Track)의 방향성이 결합된 시리즈다. 그리고 그 정점에 파이어블레이드가 있다.

 

 

 

 

현재 국내에도 출시된 신형 CBR1000RR-R 파이어블레이드는 안정적 주행과 트랙에서의 스릴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최고로 끌어올려 결합한 면모로 모터사이클 마니아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유명 드라이버들에게 자신을 동일시하듯, 이번 CBR1000RR-R의 오너들은 이 차의 모델인 모토 GP의 영웅 마크 마르케즈를 보며 그러한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혼다는 대중에게 친근한 브랜드를 지향한다. 많은 사람들은, 럭셔리 브랜드들을 제쳐두고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이 혼다라는 브랜드를 로망이라 꼽기도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것은 제조사의 입장에서 일견 제약이다. 그러한 조건에도 기어이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기술을 어떻게든 개발하고 적용해내고야 마는 정신은 말 그대로 만화 캐릭터를 닮아 있다. 그렇게 삶의 지평을 넓혀 주는 브랜드로서의 혼다 정체성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모두에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