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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소식

혼다의 진화엔 피니시 라인이 없다! F1 시즌 챔피언십 1위 너머의 비전

혼다코리아 2023.04.20 238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지만, 떠나는 순간에 박수갈채를 받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모터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양한 파트너들의 긴밀한 협업이 전제돼야 하는 모터스포츠, 특히 포뮬러 원(이하 ‘F1')은 약간의 호흡 불일치, 견해의 차이, 충돌 등이 그대로 결과로 드러난다. 그래서 파트너십 마지막 해가 되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이 다반사다.

 

 

2021 F1 모나코 GP에서 우승한 레드불 혼다 레이싱의 막스 페르스타펜이 머신 위에서 포효하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레드불 레이싱 혼다의 경우로만 따지면, 박수갈채의 피날레가 가까울 듯하다. 2018년 자매팀인 스쿠데리아 토로 로쏘(현 알파타우리)를 시작으로 2019년 레드불과 손잡은 혼다는 해가 갈수록 나아지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리고 2021년 5월 23일, 드디어 메르세데스로부터 시즌 챔피언십 1위 깃발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행운을 놓치지 않은 실력,
막스 페르스타펜의 모나코 GP 우승

 

사실 2021 F1 모나코 GP에서 결선 전의 주인공은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어(#16)였다. 고향에서 벌어지는 대회인데다 폴 포지션(예선 그리드 1위)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위를 확정지은 예선 종료가 르클레르의 머신이 가드레일과 충돌하면서였고 결국 좌측 구동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서 결국 주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리고 폴 포지션은 바로 다음인 막스 페르스타펜(#33)에게 넘어왔다. 바레인에서의 막전 이후 2021년 두 번 째 폴 포지션이었다.

 

 

 

 

행운이긴 했지만 막스 페르스타펜의 실력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드물다. 1997년생으로 일반 운전면허를 따기도 전에 F1 슈퍼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만 18세에 최연소 GP 우승을 기록했다. 그는 기록의 사나이라 할 만한데, 2019년과 2020년 모두 20라운드에서 폴 투 윈을 달성했다. 실력적으로 그만큼 안정됐다는 의미로, 현재 7회의 챔피언을 지낸 루이스 해밀튼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COVID-19 이후 처음 재개된 모나코 GP에서, 페르스타펜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놓치지 않고 실질적인 폴 투 윈을 다시 달성했다. 코너링에 강한 레드불의 머신과 완성도 높은 페르스타펜의 기량은 최고의 조화를 이뤘고 1시간 38분 56초 820의 기록으로,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가 흔드는 체커기를 받았다. 2위 카를로스 사인츠(#55)와는 8.968초 차이였다.

 

 

 

 

 

가장 아름다운 숫자 1

 

 

F1은 1의 미학이다. 대회 이름에도 1이 들어간다. 모터스포츠는 포디움 그 자체가 의미 있지만 F1의 GP 우승, 가장 높은 포디움이라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모나코 GP 우승을 통해서 막스 페르스타펜과 레드불 레이싱 혼다는 모두 이 1이라는 숫자를 얻었다. 막스 페르스타펜도 생애 최초로 드라이버 챔피언십 포인트 1위(105포인트, 2위 101포인트)에 올라섰고, 팀 역시 메르세데스의 독재를 멈추며 1위(149 포인트, 2위 148 포인트)에 올라섰다. 물론 시즌은 길고 차이는 근소하지만 한 팀의 독재가 시작된 이후로 이 정도까지 균열을 낸 드라이버와 팀 그리고 파워 유닛은 처음이다.

 

참고로 혼다 엔진 패밀리 모두 호성적을 거두었다. 막스 페르스타펜과 함께 레드불 레이싱 혼다의 주축인 세르히오 페레스(#11)는 1위와 20초 490 차이로 4위에 올랐다. 그의 분전이 1포인트 차이의 팀 1위를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파타우리 혼다의 피에르 가슬리 역시 선두와 53초 896 차이로 6위에 올라 모두 포인트를 얻어냈다.

 

 

4위를 달성한 세르히오 페레스의 머신

 

6위에 오른 피에르 가슬리의 머신 

 

 

혼다의 시즌 챔피언십 포인트 리드는 1991년 이후 처음이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혼다는 맥라렌, 전설의 드라이버 아이르통 세나와 손잡고 아직도 F1 역사에 남아 있을 정도로 최강의 존재감을 자랑했다. 1988년 16전 15 우승으로 기록한 승률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이기도 하다.

 

 

 

리드를 가능케 한 하이브리드 PU RA621H 기술,
어코드?CR-V 하이브리드에도 녹아 있다?

 

 

성능이라는 가치 앞에 세상 없을 것 같은 F1이지만 결국 환경 오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했다. 실제로 여러 차례의 파워 유닛(PU)다운사이징이 이뤄졌고 2014년에 현재와 같은 1.6리터 V6 터보 엔진이 적용됐다. 귀를 찢는 회전음과 배기음을 즐기는 고전적 팬들은 이에 상당히 실망해 F1에 등을 돌렸고 한동안 관중 및 중계 시청률 감소세를 면치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의 규정에 적응한 스타 드라이버의 등장과 새로운 경기 운영으로 2019년에는 다시 관중 수 및 시청률을 회복한 상태다. 즉 모터스포츠 팬들도 더 이상 환경 문제에서 자신들만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현재 F1 엔진 규정의 가장 큰 특성은 버려지는 에너지의 효율적 재흡수를 통한 오염 저감이다. 그 규정 속에서 우수한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 혼다의 RA621H의 상세 부분은 다음과 같다.

 

 

 

 

■ V6 ICE(Internal Combustion Engine, V6 내연기관), 터보 차저

 

1.6리터 V6 가솔린 엔진은 일반 차량에선 거의 보기 어려운 구조다. 빠른 회전과 함께 최고 출력을 내야 하는 특성을 반영했다. 여기에 강력한 토크를 위한 트윈 터보 차저가 적용된다. 각 제조사들의 터보 기술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히 혼다의 타입 R 등 고성능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들의 퍼포먼스 역시 이에 기인하고 있다.

 

 

■ MGU-K & MGU-H

 

F1 머신은 엄청난 열을 발생시킨다. 브레이크와 배기가스가 그러하다. 시속 270km로 달리다가 제자리에 꽂히는 듯한 브레이킹을 시도하면 브레이크 패드는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순간 온도가 500℃를 훨씬 넘는다. 엄청난 고회전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배기가스 역시 엄청난 열을 갖고 있다. ‘K’는 운동 에너지를 의미하는 키네틱(Kinetic), ‘H’는 배기가스의 열 에너지를 의미하는 ‘히트(Heat)’의 머릿글자다. 즉 MGU-K는 브레이크의 열을 전기 에너지로, MGU-H는 배기가스의 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꾼다.

 

 

MGU-K

 

MGU-H(터보차저 옆) 

 

 

■ ES(Energy Store, 에너지 저장 시스템)

 

MGU-K와 MGU-H 시스템을 통해 생성된 전기 에너지는 ES(Energy Store)에 저장된다. 이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다양한 데이터는 전체 주행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다. 자동차의 회생 제동 시스템에 있어서도 핵심적 요소이기도 하다.

 

 

ES(Energy Store, 에너지 저장 시스템)

 

 

통상 레이스 경기의 연습, 예선, 결선이 열리는 한 주를 ‘레이스위크’라고 부른다. 이 기간에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은 수 테라바이트 단위다. 이러한 데이터를 모으는 목적은 매 경기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머신을 최적화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긴밀한 파트너십으로 참여하는 팀의 경우에는, 바로 이 데이터가 양산차를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기서 살펴본 레드불 혼다 레이싱의 PU는 언뜻 공도용 차량과는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회생 제동, 에너지 저장 장치 등은 현재 양산형 하이브리드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혼다는 F1 기술력을 양산차 기술과 잘 연결시켜왔다. 특히 앞서 살펴본 1980년대 영광의 시대에는 부스트 압력을 4바까지 높여 최고 900ps 이상의 출력을 안정적으로 발휘했고, 그 출력을 받아낼 수 있는 변속 시스템마저 갖췄다. 그리고 그러한 성과는 바로 1세대 NSX의 전설로 연결됐다. 머신과 혼다의 i-MMD 기반 양산 하이브리드 자동차 사이에도 이러한 기술적 연결 고리가 있다.

 

 

 

 

 

 

마지막이지만 마지막이 아니다?
레드불과 기술 제휴

 

 

레드불 레이싱과 혼다는 계약대로 2021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이별을 맞을 예정이다. 원래 계약 기간이기도 하고혼다의 중장기 계획인 2050 비전과 다르지 않다.

 

2021 시즌의 F1 역시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그 마무리도 알차고 레드불과 혼다 두 파트너의 이별도 아름다울 것이다. 혼다는 2023 시즌부터 미국 인디카 시리즈에 최대 900ps를 발휘하는 2.4리터 엔진 기반의 초고성능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공급하며 모터스포츠를 통한 신기술 담금질에 들어간다.

 

 

 

 

그러나 혼다의 그림자가 F1 트랙에서 한동안 아예 자취를 감추는 것은 아니다. 레드불 레이싱은 야심차게 PU 자체 개발을 선언했다. 섀시 세팅에 뛰어난 역량을 가진 레드불은 PU와 섀시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향후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