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의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북미에서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진일보한 하이브리드 전용 기종인 인사이트의 3세대 차종이 출시되어 화제몰이 중이다. 20여년 전 처음 상용화되었을 때만 해도 한계점이 분명한 것으로 지적되었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발전, 그 중심에는 혼다가 있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혼다의 주요 하이브리드 기종에 적용되는 3세대 i-MMD 투 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살펴본다.
혼다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1999년 1세대 인사이트로부터 시작한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1970년대 북미 시장을 개척한 이후 미국 시장에서 요구하는 전기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초 개념이 탄생했다. 혼다는 엔진의 역량을 정교화하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모터 시스템을 구현하는 방향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이는 현재 혼다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토대가 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인사이트의 IMA 하이브리드 시스템
혼다의 인사이트 등에 적용된 초창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IMA(Integrated Motor Assist System)라고 명명되었다. 이 시스템에서는 엔진이 주연이며, 구동 모터의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엔진 한계 영역 및 저회전 영역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과거의 테크놀로지이지만 IMA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볼수록 흥미롭다. 엔진-구동모터-변속기가 순차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트랜스미션의 활용성을 높여 운전의 재미를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IMA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었다. 엔진의 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크랭크축의 회전이 있어야 했고 이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다는 이러한 한계를 역시 흡?배기 밸브를 조절할 수 있는 i-VTEC 엔진의 역량을 통해 해결했다. 즉 엔진의 동력이 필요 없을 때 흡?배기 밸브를 모두 닫아 펌핑 손실을 줄였다.
혼다는 IMA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모터를 직접 제작했다. 이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탈 것을 만드는 데 대한 혼다만의 자존심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IMA의 모터 유닛은 직류-직류 승압 컨버터와, 직류와 교류를 변환하는 인버터 그리고 당시 사용되던 니켈-수소 배터리 및 제어 ECU를 하나의 케이스에 내장하여 간결하고 정돈된 패키징을 자랑했다. 이러한 시스템이 적용되었던 자동차는 인사이트를 비롯해 CR-Z, 피트 등이 있었다.
혼다 CR-Z의 하이브리드 엔진
앞서 살펴본 인사이트의 연비는 모터와 엔진의 관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연결해 각자의 장점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i-MMD(Intelligent Multi Mode Drive) 시스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IMA를 발전적으로 계승한 i-MMD는 2.0리터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의 엔진과 결합한 ‘스포츠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세대의 i-MMD 시스템은 국내에서도 비교적 익숙하다. 국내 출시된 첫 어코드 하이브리드인 9세대 후기형에 적용된 덕분이다. 압도적인 연비를 선보이면서도 주행의 재미를 주는 어코드는, 그때까지 하이브리드 세단이라면 운전의 재미를 기대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깼다. 19km/L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복합연비와 동시에 합산 출력 215ps로, 안정적이고도 화끈한 고속 주행 능력은 많은 지지자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9세대 후기형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투 모터 시스템
그렇다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어떻게 하이브리드의 질감을 바꾸었을까? 이를 위해서는 i-MMD 시스템의 세부적인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i-MMD 시스템의 핵심은 크랭크축의 연장선상에 놓인 두 개의 구동 모터다. 각 모터는 배터리에 연결된 구동 모터와 엔진에 연결된 모터/제너레이터(회생 제동의 역할)이다. i-MMD 시스템에서는 록업 클러치를 활용해 엔진과 모터의 연결과 단속을 담당한다. i-MMD의 특징은 고속 주행 시에 극명하게 드러났는데, 엔진이 강한 힘을 발휘할 때는 두 개의 모터가 모두 연결되어 바퀴에 시스템 합산 토크와 출력을 전달하게 된다. 따라서 보다 역동적인 고속 주행을 즐길 수 있다. 혼다가 초창기 ‘스포츠 하이브리드’를 지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고속도로에서도 재미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알려져 있다. 215ps의 최고 출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달리는 느낌은 여타 하이브리드 차종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요소다.
9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후기형)
3세대의 i-MMD 시스템은 이 때보다 더욱 진보했다. 우선 구동모터에 적용되는 자석 제조에 있어 희토류의 의존도를 제거했다. 또한 자기장 회로를 재설계하여 효율과 지속성을 개선했다. 여기에 트랜스미션의 냉각 회로를 개선하여 내구성을 개선하는 한편, 내장형 직류-직류 컨버터를 적용, PCU(파워 컨트롤 유닛)을 경량화?정교화했다. 또한 이를 제어하는 IPU(인텔리전트 파워 유닛)를 통해 연비 개선에 기여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i-MMD 시스템은 배터리와 전장 계통의 패키징이 차지하는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 기존 9세대 어코드의 배터리의 위치가 리어 차축 위에 있었던 까닭에, 필연적으로 트렁크 공간이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10세대 어코드에서는 이를 2열 시트 하부로 이동시켜 자연스럽게 트렁크의 적재 공간도 넓어졌다. 순수 트렁크의 적재 공간도 472리터에 달하지만, 2열 좌석의 폴딩을 활용하면 공간은 동급 최고 수준에 달한다. 또한 배터리의 하부 이동을 통한 무게 중심의 하향 안정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10세대 어코드 출시 행사 중 하이브리드 소개
어코드 10세대 하이브리드의 실내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한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현재 한국 시장에서 지난 세대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기존 9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더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경쟁 기종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는 인사이트가 하이브리드의 연비와 능력을 재정의하려 한다. 새로워진 i-MMD 시스템이 전하는 박력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느껴질 내구성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욱 사랑받는 이유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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