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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를 날려 버릴 여름밤 드라이브! 파일럿과 함께

혼다코리아 2023.04.20 161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는 심신을 지치게 한다. 이럴 때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의 밤 드라이빙이 최고다. 폭염도, 바이러스도 쫓아올 수 없는 곳으로 파일럿과 함께 달려보았다.

 

 

 

 

 

도망가자, 가볍게

 

떠난다는 것은 여건이 아닌 의지의 문제다. 며칠 간의 휴가도 아니고 하루 자고 오는 차박조차도 아닌, 가볍게 더위를 피해 다녀오는 몇 시간의 나들이에는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차에 올라 시동을 걸면 그뿐이다. 아무 생각 말고 가벼운 짐조차 없이 달리기, 폭염과 열대야를 피하기 위한 첫 시작이다.

 

 

 

 

목적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어디든 높은 곳을 찾아보자. 기온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낮아진다. 통상 대기 기온은 100미터 당 0.6℃ 정도 낮아진다. 국토 65%가 산지인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포스트지기는 파일럿을 받고 목적지를 속리산 말티재로 정했다. 속리산 일대는 국립공원이어서 자연공원법상 취사나 캠핑이 거의 금지돼 있고 휴양림 시설도 방역 조치와 관련돼 사용이 제한돼 한적하다. 와인딩 명소이긴 하지만 의외로 찾기가 쉽지 않아 차량도 드물 것이었다. 해발 고도는 430미터, 만약 25℃ 내외의 열대야라면 적어도 2.5~3℃ 정도 기온이 낮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적당한 거리, 175km
3.5 VTEC 최고 연비 경험

 

 

말티고개는 의외로 가깝다. 전국 기준이다. 대한민국 가운데쪽에서 약간 서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직선 도로가 개통돼 있지 않은 강원도 해안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속도로로 연결된다. 서울에선 175km, 대구, 전주에서는 140km 정도다. 자동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를 통해 운전하면 거의 피로를 느낄 일이 없다.

 

 

 

 

따라서 연비도 보장하는 길이다. 실제 서울에서 목적지인 보은군으로 가는 동안 파일럿의 3.5리터 VTEC 엔진은 100~110km/h 항속에서 거의 1,500rpm을 넘지 않았다. SOHC 방식으로 36.2kg?m의 높은 토크는 9단 변속기와 조화를 이뤄 고속도로에서는 관성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게 작동한다.

 

실제 오너들은 파일럿의 고속도로 연비가 14~15km/L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믿지 않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실제 말티고개에 도착할 무렵의 연비는 15km/h를 넘었다. 그 중간 과정에서 연비는 점점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야간 주행이다 보니 안전운전 중심으로 달린 결과다.

 

 

파일럿의 실제 고속도로 연비(주행 거리는 정차 후 재출발로 다시 세팅) 

 

 

자연흡기 엔진과 다단화 변속기 결합의 장점은 부드러운 주행 감각, 세밀한 토크 전개다. 터보엔진과 자동변속기 혹은 듀얼클러치처럼 분절감이 느껴지지 않고 속도 변화 단계가 유연하게 이어진다. 실제 자동감응식 정속주행 장치 대신 직접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컨트롤로 운전해보면 그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특히 선회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무리하게 깊게 밟지 않는다면 차가 제어력을 갑자기 잃을 일이 거의 없다.

 

 

 

말티재가 편한 걸까,
파일럿이 견고한 걸까?

 

 

말티재는 충북 지역의 대표적인 와인딩 명소다. 고저차가 큰 헤어핀 코너가 굽이굽이 12개나 이어진다. 코스 자체가 긴 것은 아니지만 짧고 강렬한 재미를 반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명소다. 포장 상태도 매우 우수하고 야간임에도 대낮처럼 LED 가로등을 설치해 시야 확보에도 유리하다. 코스 자체는 역동적이지만 비교적 초심자들도 즐겁게 ‘놀 수 있는’ 장소다.

 

 

 

 

물론 자동차의 기본기가 따라 줄 때 가능한 이야기다. 특히 대형 SUV의 경우 내리막에서 코너 바깥쪽으로 하중이 실렸다가 돌아오는 복원 동작이 깔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순간의 조작 실수로 큰 사고를 겪을 수 있다. 혼다의 파일럿은 대형 SUV의 선회 시 복원 동작에 있어 정석을 보여 주는 자동차다. 차에 실린 짐들도 안정적으로 제자리를 지킬 정도다.

 

 

 

 

스티어링휠 직경이 크지만 언더스티어(스티어링휠 조작 각도보다 실제 조향각이 적은 현상) 성향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버튼식 자동변속기의 D/S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코너 바깥쪽에서 버티는 힘이 좀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다.
혼자만의 밤, 여유로운 공간
유독 그 날만 그랬는지 모르지만, 토요일임에도 밤의 말티재를 찾는 이들이 없었다. 물론 국립공원 중에서도 외진 편에 속하므로 깊은 밤에 일삼아 찾아오기엔 오히려 힘든 곳이라는 특성도 있다. 반경 5km 내에 흔한 편의점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덕분에 넓은 주차장은 오로지 파일럿만의 공간이 됐다. 테일게이트를 열자 파일럿의 넓은 내부는 곧장 속리산의 밤을 받아들였다.

 

 

 

 

사실 이곳은 해발 고도가 그리 높지 않아 기온 차는 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더운 기운은 충분히 떨어뜨려놓고 올 수 있을 정도다. 바람도 적당했다. 산중 특유의 밤 안개도 발생하지 않아 분위기가 으스스하지도 않았다. 공기는 맑았지만 도심 공원 같은 친근감도 있었다.

 

이곳에서 야영과 취사 등 환경 오염 행위를 제외하고 뭘 할지는 자유다. 야간 사진을 촬영하는 데도 좋다. 넓은 주차장을 둘러가며 설치돼 있는 밝은 LED 조명은 그대로 배경광이 돼 천장이 높은 스튜디오와 같은 느낌이다.

 

 

 

 

3열, 2열 좌석을 접고 잠깐 눈을 붙여 졸음운전의 위험을 쫓는 것도 방법이다. 영화나 책을 보는 것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까지는 혼자 왔을 때의 기준이고, 둘이라면 여가 행위에 있어서 다양한 ‘옵션’이 가능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경우, 예정에 없던 다른 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이곳에서는 다른 국내 여행지들도 가깝다. 그렇게 한 걸음을 더 옮기는 것도 폭염의 노기가 남은 여름밤을 다스리고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이다.


사람은 지친 자신을 돌보고 위로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큰 용기는 필요 없다.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고속도로 운전을 포기하기엔, 폭염과 감염병으로부터 잠시 쉴 수 있게 터를 내어주는 좋은 곳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