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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자리에서 떠난다! 30년만의 월드챔피언, 레드불 혼다 F1

혼다코리아 2023.04.20 281


레드불과 함께 한 혼다의 2021년은 포뮬러 원 컨스트럭터로서 맞이하는 마지막 시즌이었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이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물론 갑작스런 우승은 아니다. 터보, 하이브리드 시대가 요구하는 퍼포먼스 개념 변화를 누구보다 잘 소화해냈고 그 과정이 젊은 스타 드라이버의 성장 과정과 맞아떨어졌다. 그 모든 것이 정점을 이룬 시점이 바로 혼다가 포뮬러 원에서의 네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올해였을 뿐이다.

 

 

 

 

 

30년만에 맞이한 최고의 시즌!
최강 드라이버 진용

 

 

모터스포츠의 꽃이 포뮬러 원이라면 포뮬러 원의 꽃은 드라이버다. 그래서 챔피언 드라이버를 배출하는 팀이 실질적인 포뮬러 원 우승팀으로 대접받는다. 물론 큰 기복없이 상위권 포인트를 모아 달성하는 컨스트럭터 챔피언십도 영광스러운 타이틀이지만, 드라이버 챔피언은 그 같은 챔피언을 만들어내기 위한 팀의 노력도 동시에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 그러므로 참가팀들은 드라이버가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공을 기울인다.

 

 

 

 

2021년 드라이버 진용은 최강이었다. 운전면허보다 포뮬러 원 슈퍼 라이선스를 먼저 획득하고 최연소 그랑프리 우승 기록도 갖고 있는 막스 페르스타펜은 2020 시즌부터 재능형 드라이버에서 완성형 드라이버로 진화했다. 또한 2021 시즌 새로이 합류한 멕시코 출신 드라이버 세르히오 페레스도 상위권을 바라볼 수 없는 팀에서 우수한 드라이빙을 보여 준 드라이버다. 특히 우천 등 악천후 상황에서 발군의 타이어 운용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막스 페르스타펜은 시즌 초반부터 질주했다. 2라운드 에밀리아 로마냐 GP를 시작으로 총 10회의 우승을 차지했고 그 중 여섯 번의 폴 투 윈(예선 1위, 결선 1위)를 기록해 총 395.5 포인트로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8번째 챔피언의 대기록을 쓰려던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의 루이스 해밀튼을 8포인트 차이로 따돌린 승리였다. 사실 두 드라이버는 마지막 경기인 아부다비 GP 시작 직전까지 동점으로 마지막에 웃는 자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끝에서 세 번째 경기인 카타르 GP와 두 번째 경기인 사우디 아라비안 GP 예선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카타르에서는 7그리드에서의 스타트를 패스티스트 랩으로 만회했고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역시 2위로 레이스를 마무리하며 해밀튼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부다비 GP에서는 마침내 30년만의 ‘대권’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의미 있는 기록의 향연
레드불 혼다의 2021년

 

 

2021년의 레드불 혼다 우승 드라마를 이룬 장면은 하나하나 혼다의 영광에 대한 오마주처럼 느껴질 포인트로 구성됐다. 우선 혼다가 파워유닛을 공급한 팀의 월드 챔피언 배출은 1991년 이후 30년 만이다. 그 30년 전의 주인공은, 현재도 가장 사랑받고 오래 기억되는 드라이버인 아일톤 세나였다.

 

 

 

 

 

또한 막스 페르스타펜은 네덜란드 국적 드라이버로서는 최초의 월드 챔피언이기도 하다. 참고로 포뮬러 원 경기장에는 항상 오렌지 의상을 맞춰 입은 막스 페르스타펜의 열성 응원단이 따라다닌다. 페르스타펜의 33번 머신은 자국인 네덜란드 GP에서도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으며, 응원단에게 오렌지 연막탄을 터뜨릴 기회를 선사하며 응원에 보답했다.

 

 

 

 

또한 56년 전, 혼다가 포뮬러 원에 도전한 이래 처음 GP 우승을 거둔 멕시코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때 세르히오 페레스가 3위에 올라, 자국 드라이버 최초의 자국 경기 포디움이라는 기록도 맥시코에 안기게 됐다. 또한 이는 하반기 잠시 주춤했던 레드불 혼다의 ‘대망론’에 다시 불이 붙은 계기였다. 사실 이런 전설적 장면은 지난 해부터 볼 수 있었다. 8월 9일, 실버스톤 서킷에서 열린 포뮬러 원 70주년 GP에서 우승했는데 이 역시 1989년 이래 해당 서킷에서는 처음이었다. 특히 이 승리는 바로 일 주일 전, 막스 페르스타펜이 타이어가 파손된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의 루이스 해밀튼에게 통한의 패배를 겪은 다음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2020년, 아부다비에서 열린 마지막 그랑프리에서도 우승하는 등 막스 페르스타펜은 저력 있는 드라이버로서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당시는 이미 월드 챔피언이 결정된 다음이었지만 페르스타펜과 레드불 혼다 팀원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2021년의 마지막 경기이자 챔피언 결정전인 아부다비 GP는 마치 혼다가 처음 포뮬러 원 정상을 쟁취했던 1960년대의 열정이 재현된 느낌이었다. 폴 포지션을 차지한 드라이버는 페르스타펜이었지만 대기록을 앞에 두고 양보할 해밀튼이 아니었다. 실제로 57랩까지는 해밀튼이 선두를 지켰다. 페르스타펜 본인조차도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경기 마지막까지 이길 기회가 올지 장담할 수 없었다”라고 고백했을 정도다.


그러나 마지막 랩의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기 직전 코너에서 막스 페르스타펜은 기적처럼 해밀튼을 추월했다. 그리고 재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페르스타펜의 레드불 혼다 33번 머신은 결국 1시간 30분 17초 345의 기록으로 2위 해밀튼의 44번 머신보다 2.256초 앞서 체커기를 받아내고 말았다.

 

 

 

 

이를 통해 막스 페르스타펜은 24세 73일만에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이는 25세 이전에 월드 챔피언에 오른 드라이버 중 네 번째로 젊은 기록으로, 종전 4위였던 1970년대 에머슨 피티팔디를 한 단계 밀어냈다.  

 

 

 

 

 

곡절 많았던 혼다 포뮬러 원 4기
터보 하이브리드의 신시대에 적응하다

 

 

혼다의 포뮬러 원 참가는 크게 4개의 시기로 구분된다. 1960년대의 1기,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2기, 2000년대 중반의 3기, 그리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의 4기다. 그 중 4기의 초반은 곡절이 많았다. 오랜만에 합을 맞춘 맥라렌과의 조합은 아쉬웠고, 드라이버와의 합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과거 1980년대 후반, 맥라렌과 혼다, 아일톤 세나의 삼각 공조로 만들어낸 기적의 16전 15승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지독한 승부근성, 지는 걸 싫어했던 혼다 소이치로와 포뮬러 원 머신 

 

 

그러나 2018년, 레드불의 주니어 팀인 스쿠데리아 토로 로쏘(현 알파타우리)에 엔진을 공급한 이후 급격히 상황이 개선됐다. 이 시즌 말에는, 국내 커뮤니티에서 ‘F1 머신 깎는 노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레이스 머신 장인(匠人) 애드리언 뉴이가 합류하며 머신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에어로다이내믹에 일가견이 있던 그는 레드불 머신을 코너의 최강자로 만들었다.

 

 

 

 

시즌이 지날수록 레드불 혼다 머신은 모든 운동 에너지의 부산물을 다시 에너지로 순환시키는 새로운 머신 규정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파워 유닛의 출력은 물론 사용 가능한 엔진의 숫자까지 줄어든 조건 속에서 결국 승부의 키는 컨스트럭터와 팀 미케닉의 조화였다. 이미 최정상급인 드라이버 역량은 차라리 상수였다. 레드불은 묘기에 가까운 능력치의 미케닉으로 유명하고 혼다는 에너지 회수, 공력 성능 구현 등에 대한 최적의 엔지니어링 해법을 갖고 있었다. 2021 시즌엔 그 조화가 최고의 접점을 찾은 셈이다.


특히 브레이킹 에너지를 통한 회생 제동인 MGU-K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인 ES는 혼다의 양산차 전동화 전략에도 응용되고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모두의 역량에 크게 기여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도 터빈 반응 속도를 높여 과급 압력을 높이는 터보차저 기술은 시빅 타입-R을 비롯한 혼다의 고성능 차종의 근간 기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모터스포츠 차종에 적용되는 기술은 양산차 기준으로 한참 앞선 기술이다. 특히 포뮬러 원의 경우 최첨단의 기술이 적용된다. 따라서 2021 시즌을 통해 만나 본 혼다 포뮬러 원의 핵심 기술들은 어떤 형태로든 향후 혼다의 양산 차종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계속 혼다와 함께 성공하고 싶다,
다른 방법을 통해”

 

 

끝이 좋으면 모든 일이 좋다고 했다. 레드불도, 혼다도 최근 수 년간 최고의 자리를 되찾는 데 목말랐다. 양측 모두 최고를 점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는 각오도 공공연히 내세웠다. 레드불은 최고만을 후원하는 브랜드라는 자존심이 있었고, 혼다 역시 지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그 갈망이 마지막에 결실을 맺었으니, 헤어짐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크리스티안 호너(왼쪽)과 함께 한 월드 챔피언 막스 페르스타펜(오른쪽) 

 

 

"마지막 10랩을 남기고 찾아온 세이프티카 상황에 대해, 레이스의 여신이 있다면 무한히 감사하고 싶습니다." 포뮬러 원의 ‘셀럽’이자 레드불 레이싱의 수장인 크리스티안 호너 특유의 유머 감각이 담긴 소감이다. "상대는 지난 수 년간 가공할 만한 업적을 남긴 루이스 해밀튼이었습니다. 전 인류적 업적이 될지도 모를 연속 우승을 저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팀은 가장 잘 하는 전략적 피트 스탑을 통해 승부를 걸었고, 그것이 주효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12월 13일로 넘어가는 새벽, 위성 채널을 통해 경기를 봤던 이라면 그의 말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크리스티안 호너는 혼다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지난 수 년간 함께 하며 기술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혼다에 감사합니다. 컨스트럭터로서의 혼다는 여기까지지만, 우리는 다시 함께 성공할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말이죠."


아닌 게 아니라 실제 혼다와 레드불 포뮬러 원 팀은 머신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고 2022년에도 간접적으로 함께 한다. 2022년에는 완전히 바뀌는 규정에 따라, 포뮬러 원 머신들도 대대적인 변화를 거칠 예정이다. 여기에 혼다의 손길도 함께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그저 트랙을 달리는 일일 뿐인데, 체커기를 누가 먼저 받느냐일 뿐인데, 그게 뭐라고 이토록 기쁜 걸까? 포뮬러 원 우승은 다른 스포츠 선수들에게 있을 법한 승자의 허무조차 허락하지 않는 특별한 경지다. 조심스럽게 생각해보자면, 누군가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건 앞선 시공간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과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그 본능의 질주를 레드불과 함께 해 온 혼다는 또 다른 시대의 질주 본능이 부를 때까지, 잠시만 안녕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