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부터 발생하는 소음(Noise)과 진동(Vibration), 거슬림이나 불쾌감(Harshness)을 뜻하는 NVH는 21세기들어 자동차의 품질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자동차의 다른 테크놀로지와 마찬가지로, NVH의 연구 역시 소재의 연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 가운데,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는 어쿠스틱 글래스는 NVH 연구를 위한 키로 꼽히고 있다. 이 콘텐츠에서는 보다 쾌적한 자동차 실내 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혼다의 NVH 연구 속에서 어쿠스틱 글래스의 역할을 함께 살펴본다.
자동차에서 소음과 진동, 그리고 주행 중의 불쾌감이 발생하는 요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예컨대 차체의 서스펜션 세팅과 주행 시 운전자나 승객이 느끼는 소음과 진동 및 불쾌감은 긴밀히 연관된다. 이는 자동차를 이루는 약 2만 개의 부품이 서로 긴밀히 상호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자동차의 NVH는 섀시 구조나 서스펜션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 중 자동차의 윈드실드나 도어 윈도우 등으로 사용되는 유리는 NVH 각 요소의 발생 요인과 모두 연관되어 있다. 이는 유리가 자동차를 완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구조적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유리는 우선 차체의 강성 구현과 큰 연관이 있다. 자동차의 조립 단계에서, 도색을 하지 않은 채섀시의 뼈대에 보닛과 도어를 장착한 단계를 화이트바디(White Body)라고 한다. 이 화이트바디는 완성된 자동차와 비교할 때 다소 유연하고 ‘무른’ 상태다. 즉 유리를 장착하기 전후의 강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리를 장착하기 전후, 차체의 강성은 왜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참고로 자동차에 있어서 강성이라고 하면 전후 방향으로 작용하는 굽힘 강성과, 측면 방향으로 작용하는 비틀림 강성을 꼽는다. 굽힘 강성은 주로 가속이나 제동 시 차체 안정성에 관계되며, 비틀림 강성은 선회나 불규칙한 노면에 대응할 때 관계된다. 유리는 이러한 각 상황에서, 자동차 섀시의 필러와 필러 사이를 잇고, 루프를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히 가속이나 제동, 선회 등 각 상황에서 섀시가 구현해야 할 강성을 보조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유리는 차량을 밀폐함으로써,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주행 시 차량 내부로 유입되는 공기에 의한 불필요한 저항을 차단하는 효과도 발휘한다. 특히 전면이나 리어 윈드실드의 형태 및 소재는 자동차의 공력 특성 설계와 연비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만큼 유리는 여러 가지 힘과 충격에 직면한다. 그리고 이 힘과 유리의 만남은 소음과 진동, 불쾌감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차량의 NVH 요건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있어 유리의 역할이 크다 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목한 소재는 바로 어쿠스틱 글래스다. 어쿠스틱(acoustic)은 울림이나 진동 등을 의미하는 용어로, 진동이나 소음 등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목적의 유리라 할 수 있다. 원래 어쿠스틱 글래스는 유리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높일 목적으로, 유리 가운데 폴리비닐부티랄 소재의 막을 넣은 어쿠스틱 라미네이티드 글래스를 가리킨다. 원래 이러한 막을 유리 층 사이에 삽입하는 테크놀로지는 1930년대에 나왔으나, 본격적으로 자동차 기술로 적용된 것은 2000년대 들어와서의 일이다. 혼다의 경우도 2000년대 중후반, 4세대 오딧세이 및 어큐라의 주요 기종에 전면 윈드실드로 어쿠스틱 글래스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국내에도 선보인 혼다의 미니밴 오딧세이 5세대 기종은 어쿠스틱 글래스를 보다 확장적으로 적용한 대표적인 자동차라 할 수 있다. 전면은 물론 1, 2열 유리창에도 어쿠스틱 글래스를 적용했다. 또한 테일게이트의 유리창과 C, D 필러 사이의 유리창은 어쿠스틱 글래스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기존 대비 두께가 증가한 유리를 적용하였다.
이를 통해 5세대 오딧세이는 4세대 오딧세이의 페이스리프트 기종인 2014년형 대비 개선된 실내 정숙성을 구현했다. 또한 미니밴 시장에서 쟁쟁한 경쟁자들보다 우위의 정숙성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혼다는 오딧세이뿐만 아니라 8인승 SUV인 파일럿에도 전면 윈드실드 1열 윈도우에 어쿠스틱 글래스를 적용했으며, 미국 현지 법인인 어큐라의 상당수 기종에 어쿠스틱 글래스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8인승 SUV인 혼다 파일럿의 전면 윈드실드와 1열 윈도우에도 어쿠스틱 글래스가 적용되었다]
그러나 어쿠스틱 글래스를 자동차에 적용하는 제조사들은 중량 증가에 대한 부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구조적으로 두께가 일반적인 유리에 비해 두꺼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국내에 판매되는 5세대 오딧세이의 어쿠스틱 글래스는, 전면 윈드실드의 경우 4.7T, 1열 도어 윈도우의 경우 4.8T, 그리고 슬라이딩 방식인 2열 도어 윈도우의 경우 4.3T의 두께를 보인다. 여기서 ‘T’는 유리의 두께 측정 시 사용되는 단위로 ‘두께’를 뜻하는 영문 ‘thickness’의 머릿글자다. 실제 단위는 밀리미터로, 4.8T의 두께라면 4.8㎜의 어쿠스틱 글래스로 보면 된다. 물론 이보다 가볍고 소음에도 강한 특수 소재들도 다수 개발되고 있지만, 그 단가가 무척 비싼 편이다.
그러나 혼다는 어쿠스틱 글래스를 적용하고서도 10kg 정도 공차 중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실제 5세대 혼다 오딧세이의 공차 중량은 약 2,080kg으로 2,091kg에 달했던 4세대 페이스리프트 기종보다 가볍다. 실질적으로 4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전자 장비를 탑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숙성과 경량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조용한 자동차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떨림이나 진동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면, 자동차가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또한 예컨대 자동차 내 오디오 시스템의 튜닝을 보다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오딧세이의 캐빈워치처럼, 음성을 이용한 차량내 승객들과 의사 소통이 가능한 시스템 역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의 NVH 설계는 향후 수년 내에 도래할 전동 파워트레인의 증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 혼다 역시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 기종의 2/3를 전동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전동 파워트레인의 증가는 그간 엔진 소리에 묻혀서 감지되지 않았던 다양한 소음 및 진동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자동차 제조사의 NVH 성능은 새로운 시험대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혼다의 주요 기종에 적용된 어쿠스틱 글래스는 뉴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한 또 다른 준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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