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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내공의 혼다 EV와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

혼다코리아 2023.04.10 63


불과 15여년 전만 해도 전기차 혹은 하이브리드 차량은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제조사 라인업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특히 이러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던 데는 몇몇 제조사들의 주도적 노력이 컸다. 지구를 위한 테크놀로지를 모토로 하는 혼다가 대표적인 예다.

 

 

8년여 간의 연구 개발, 그리고 결실

 

1988년, 혼다의 R&D 센터에서는 21세기 목표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여기에 참석한 모든 인원들은 고갈되어가는 석유자원과 이에 대비하는 청정 에너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이러한 문제의 대책으로 지목된 것은 EV였다. 이전까지 혼다는 EV를 제작해본 경험이 전무했지만, 부품의 수가 적다는 점에 착안해 곧바로 연구에 몰두했다.

 

하지만 부품이 적다고 해서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당시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사용하는 분야는 골프 카트와 놀이기구 정도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엔진대비 효율이 낮았다. 또한, 배터리의 소재 역시 무겁고 용량도 적은 납산 배터리였다. 물론 완충에 걸리는 시간 역시 길었다. 그럼에도 혼다는 멈출 수 없었다. 게다가 1990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자동차 판매량의 2%에 해당하는 수의 무공해차를 의무적으로 제작해야 하는 ZEV(Zero Emission Vehicle)규정이 발효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초기 4명으로 시작했던 혼다의 전기차 부문 연구 인력은 1991년, 100명으로 증원되었다.

 

 

 

 

1991년 7월, 혼다는 시빅 3도어 차종을 기반으로 한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전기 모터는 전륜 차축 근처에, 3개의 배터리는 운전석 뒤에 배치했다. 이러한 설계를 기반으로 1992년에는 드디어 EV 양산 계획인 EV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이는 1993년 도쿄모터쇼에 출품한 CUV-4라는 콘셉트카로 이어졌다. 이 자동차는 1994년부터 2년 동안 8만 마일(128,747km)의 시험 주행을 통해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의 성능을 테스트했다. 또한 잠재고객과의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주 소비층의 니즈 파악 및 시장 조사도 면밀히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95년 12월에 개발을 완료했다. 이듬해 4월 이 차량은 혼다 EV 플러스라는 명칭으로 미국 시장에 공개되었다. 혼다 EV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EV연구, 하이브리드의 발전을 견인하다

 

그러나 1990년대의 EV 기술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배터리 용량 증대와 경량화를 양립시키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정교화시켜야 할 조건이 됐다. 혼다는 이미 VTEC 기술을 적용한 직렬 3기통 1.0리터 린번 엔진(희박연소)을 비롯하여, 무게가 가벼운 5단 수동변속기나 CVT 등의 트랜스미션 기술 등 모터와 결합하기 좋은 경량 파워트레인 기술을 확보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자동차가 1999년 출시된 인사이트였다. 이 자동차는 북미 시장에서 최초로 판매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기록되기도 했다. 최고 출력 약 67hp의 1.0리터(995cc)엔진과 니켈-수소 배터리에 기반한 브러쉬리스 모터 시스템, 그리고 CVT를 장착한 인사이트의 연비는 당시 일본 측정 기준 32km/L를 기록했다. 특히 5단 수동변속기 장착 기종의 경우 EPA(미국 환경청) 기준 35km/L의 연비를 기록해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종 중 최고 연비의 자동차로 꼽히기도 했다. 인사이트의 이러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다름아닌 EV 플러스에 적용됐던 IMA(Integrated Motor Assist)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것이었다. 또한 0.25Cd의 낮은 공기저항계수, 820kg에 불과한 공차중량의 경량 알루미늄 섀시도 이러한 연비에 기여했다.

 

 

 

 

인사이트가 하이브리드 단일 기종이었다면, 7세대 시빅은 기존 차량의 라인업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시빅은 차체가 작고 가벼워, 하이브리드다운 우수한 연비를 구현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 2001년에 등장한 시빅 하이브리드는 인사이트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용량 및 최고 출력을 갖춘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장착됐다. 다만 동력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엔진을 직렬 3기통 1.0리터 엔진을 최고 출력 89hp, 최대 토크 12.3kg·m의 직렬 4기통 1.3리터(1,339cc)로 교체했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EPA 기준 약 22km/L를 발휘했다. 이후 2004년 7세대 어코드, 2005년 8세대 시빅 등에 탑재하며, 점차 적용대상을 넓혀나갔다.

 

 

 

 

모터 성능 개선에 의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발달은 혼다에 있어 EV 시대로의 전이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7년 1월 국내에 출시된 9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장착된 전기 모터의 동력 성능은 최고 출력 184hp, 최대 토크 32.1kg·m로 2.4리터 가솔린 엔진의 동력 성능과 비슷하다. 따라서 엔진의 도움 없이도 70~80km/h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최고 출력 145hp, 최대 토크 17.8kg·m를 발휘하는 직렬 4기통 2.0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의 시스템 합산 출력은 215hp를 넘으므로 추월 가속 등 고속주행 능력도 우수하다.

 

 

 

 

EV 연구와 이로 인한 하이브리드의 발전 과정에서 눈여겨볼 자동차가 바로 중형 세단인 클래리티다. 클래리티는 전동파워트레인으로만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데, 수소연료전지차(FCEV)인 클래리티 퓨얼셀, 클래리티 EV,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3종류다. 특히 클래리티 PHEV의 전기 모터는 어코드에 장착되는 구동모터와 비슷한 동력 성능을 발휘하지만, 배터리 용량이 커, EV 모드만으로도 최장 75km까지 달릴 수 있다. 또한 최고 출력 103hp(5,500rpm), 최대 토크 13.7kg·m(5,000rpm)를 내는 직렬 4기통 1.5리터(1,498cc)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조화를 이루어, 1회 충전 및 주유 시 주행 거리가 547km에 달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18년 초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기존 하이브리드 전용 차종 인사이트도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할 계획임을 알린 것이다. 지난 1월 북미오토쇼를 통해 공개된 혼다 인사이트는 1.5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모터를 결합한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바 있다. 예상 복합 연비는 EPA 기준으로 약 21km/L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EV의 미래를 향한 노력이 만드는 중간 결과물

 

그러나 이러한 하이브리드 기술의 발전은 결국 본격 EV 시대의 서곡이라 할 수 있다. 혼다는 지난 2017년 도쿄 모터쇼에서 패스트백 타입의 어반 EV 콘셉, 보다 다이내믹한 주행의 재미를 강조한 스포츠 EV 콘셉트 및 근거리 이동용 도심 모빌리티 뉴비(NeuV)를 공개했다. 특히 스포티한 쿠페 형상의 실루엣을 강조한 스포츠 EV 콘셉트는 오염물질 배출 저감, 우수한 연비 등에 집중되었던 EV의 가치를 운전의 재미 쪽으로 돌려놓겠다는 혼다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운전의 재미를 포기한다면 그 어떤 성과가 있다 해도 혼다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혼다는 오는 2025년까지 유럽에 판매하는 차종의 2/3를 전동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혼다는 이러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와 PHEV, EV라인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1988년 EV 연구의 첫 발을 내딛은 후 30년이 이어진 결과다. 혼다의 이 시간이 가치 있었던 것은, EV라는 목표를 구현해가는 과정의 집념을 보여 주었고, 그런 한편으로 하이브리드 차종들과 같은 의미 있는 ‘스몰 석세스’도 내놓았기 때문이다. 혼다가 언급한 2025년까지는 약 7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사이에 혼다가 더 보여 줄 수 있는 중간 결과물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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