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질 듯한 허리, 저려오는 어깨. 막히는 길 운전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닌 게 아니라 출근 시 상습 정체구간 운전은 장기적으로 수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도 있다. 그런데 더 억울한 것은, 그렇게 정체된 구간을 지나 보면 도대체 왜 막혔을까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아무 일이 없다. 이른바 유령 정체였던 것이다. 이를 알면 허무함은 다시 스트레스를 부른다.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안타깝게도 인간이 운전대를 잡는 한 유령 정체에 대한 ‘퇴마’가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5분 늦게 나왔다는 이유로 도로에 이유도 없이 20분 이상 붙잡혀 있는 상황을 매일, 영원히 견뎌야 하는 걸까?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언제나 도로 위의 모든 문제에 있어 답을 제시해 왔던 혼다에게 물어보았다.
단순 정체 넘어 사고까지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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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정체(Phantom Traffic Jam)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운전자들의 반응 속도 차이가 유령 정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사람은 개체 특이성 차이가 크며, 거리를 측정하거나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각자의 인지적 전략이 다르다.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새나 헤엄치는 물고기 떼들이 부딪쳐 다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만 봐도 그러하다. 이들 동물들은 거리를 인식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의 인지적 전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령 정체를 만들어내는 조건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높은 차량 밀도다. 제 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하더라도 주행하는 차들 사이의 전후 간격이 고속 주행을 할 만큼 충분하지 않으면, 차량이 증가하는 속도가 도로의 교통량 소화 가능 시간을 넘어서게 된다.
이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선두 차량의 감속과 중간 차량의 급격한 제동이다. 이는 연쇄적인 제동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후미로 갈수록 차들의 속도는 더 떨어진다. 가장 마지막에 있는 차는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온다. 선두 차량의 속력이 느려지거나 중간 차량이 급제동하는 이유도 다양하지만 갑작스런 끼어들기나 꼬리물기 등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선회구간이나 터널 전후도 대표적인 유령정체 발생 요인을 제공하는 장소다. 선회 구간에서의 부자연스런 감속, 터널 진입로나 출구부에서 명암 변화로 인한 운전자의 반응성 저하 등은 역시 뒤따르는 차의 연쇄 제동 반응을 유도한다.
유령 정체 시에는 차들의 주행 속력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대형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으나, 자잘한 접촉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조건이다. 운전자의 피로도가 가중돼 집중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답답한 나머지 스마트폰을 보다가 선행 차량을 놓치고 뒤늦게 선행 차량을 급히 따르려다 옆 차로에서 차로를 변경하는 차량과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인공지능 해법은 아직 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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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완전함을 시스템으로 보완하려는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비단 자동차나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 영역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연구이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북미 가전박람회)에서는 이런 기술과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인공지능을 더한 자율주행의 강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그러기에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막 2단계에서 조건부인 3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2020년 11월, 혼다가 세계 최초로 레벨 3 자율주행을 충족하는 트래픽 잼 파일럿(Traffic Jam Pilot)’을 한정 판매 레전드에 적용했고, 이후 세계 각 제조사에서 조금씩 양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레벨 3가 적용되려면 자동차의 기술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법이나 자동차 기술 관련 법령을 제정하는 사회 전체적인 보완 작업도 동시에 필요하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유령 정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선행 차량의 속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뒤따르는 차량의 급제동을 유발하지 않는 정밀한 제동 기술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최적의 컨디션을 가진 인간이 선후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그러한 집중력은 30~40분이 한계다. 더군다나 그렇게 운전하다보면 허벅지 뒤쪽이나 등 근육에 피로가 쉽게 쌓인다. 이러다 보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가 많아져 비만이나 고혈압 등 질병에도 쉽게 노출된다.
혼다 센싱의 LSF?CM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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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 차량의 속력에 대응하는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은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적용돼 있다. 저속에서 기능하는 차종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혼다 센싱처럼 저속 주행 자체를 지원하는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혼다 센싱의 저속 추종 시스템(LSF)은 브레이크의 효율적 사용을 통해 장시간 저속 주행도 가능하도록 한다. 물론 타사 ADAS도 상위급 차종 적용 사양은 저속 주행을 지원한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해제되는 경우가 많다. 유럽 브랜드 차종들은 최대한 선행 차량과의 간격을 만들지 않으려는 성향도 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이야기다.
혼다 센싱의 LSF가 작동할 때 숨은 조력자가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이다. 운전자가 특별히 조작할 필요가 없이 작동하는 이 기능은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이륜차, 보행자 등 돌발 요인으로 인한 사고에도 대응한다.
혼다가 이런 정체를 실제 도로 조건에서 연구한 것은 10년 전인 2012년부터다. 선행 차량의 주행 속력과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교통 정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치열하게 검증했다. 오늘날 혼다 센싱의 LSF는 정체가 일어날 수 있는 부자연스런 가감속의 최소화 연구의 산물인 셈이다.
혼다센싱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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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는 2050년까지, 혼다 차량이 판매되는 국가에서, 혼다 차종이 관여된 사고 발생률을 제로화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 실현 과정에 있는 것이 바로 진화된 혼다 센싱인 혼다 센싱 360이다. 이 시스템을 살펴보면, 현재의 유령 정체 유발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보인다. CMBS는 다각도에서의 위험을 인지해 충돌을 예방하며, 차로 변경 시 측후방 차량과의 추돌 경감 시스템도 적용된다. 선회 구간에서 유연한 속력 조절을 통해 후방 차량에게 주는 영향도 최소화한다.
혼다 센싱 360의 선회 구간 속도 조절
혼다 센싱 360의 차선 변경 추돌 경감
나아가 혼다 센싱은 AI 시스템과의 결합을 통해 도로, 인도의 차량 및 보행자들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돌발상황의 발생 확률을 낮추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차량의 센서만이 아니라 도로 위 다양한 행위자들이 갖고 있는 디바이스와 도로 교통 및 통신 시스템의 연계를 통해 예측 가능성의 시공간적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사고 예방의 효과는 물론 출퇴근 시간 도심의 혼잡을 완화할 기술이기도 하다.
유령 정체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도로 위 운전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인다. 이는 정체 구간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고, 개별 운전자 각각의 건강과 일상 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불완전함 때문이라면 보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혼다 센싱의 LSF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진보한 보완책이자 유령 정체 현상의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