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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의 꽃다운 16년, 3세대의 연대

혼다코리아 2023.04.06 184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 장르가 SUV라는 데는 이견이 없겠지만, 미국은 다른 시장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유럽에서는 쿠페 라인을 강조한 중형 이하의 콤팩트한 기종들이 미래를 말한다면 미국 시장에서는 중형 이상의 SUV가 꾸준히 인기를 얻어왔고 향후로도 그러할 전망이다. 그리고 혼다의 플래그십 SUV인 파일럿(Pilot)은 이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적 자동차 중 하나이다. 2002년 등장한 이후, 3세대에 걸쳐 미국 시장에서의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서도 견고한 마니아층을 두고 있는 혼다의 파일럿, 그 현재진행형의 연대기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 가격에 이런 사양이? 1세대 파일럿

 

다른 자동차 제조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전제되지 않으면 해당 차종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의 성공도 장담하기 어렵다. 혼다 역시 주요 차종들이 미국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분석해 개발한 차종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1990년대, 미니밴 시장의 활황을 미리 읽고 개발한 오딧세이가 대표적이다. 2002년에 처음 공개된 혼다의 SUV인 파일럿 역시 미국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자동차였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 등에 날렵한 사선을 적용해 미국 SUV에 없던 선을 만들어냈다. 파일럿 1세대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는 혼다의 북미 법인인 어큐라의 MDX라는 이름으로 먼저 출시되었다. 당시 파일럿은 오딧세이, 어코드와 플랫폼을 공유했으므로, 휠베이스가 2,700㎜였는데, 이는 미국 제조사들의 경쟁 기종보다는 약간 짧은 것이었다. 그러나 혼다는 전륜 구동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하여, 경쟁 기종 대비 약간 짧은 휠베이스에서도 8인승에 달하는 넓은 실내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물론 당시까지 혼다의 포트폴리오에 없던 대형 SUV를 개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혼다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 프로젝트를 위해 포드와 GM등에서 커리어를 쌓은 리키 수(Ricky Hsu)로 하여금 디자인을 책임지게 했다. 디자인 명문인 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ACCD)를 졸업한 그는 제한된 휠베이스 내에서 충분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되, 기존의 미국 SUV와 차별화된 포인트를 디자인에서 찾으려 했다. 그 해법으로, A필러와 C필러 및 테일게이트 라인, 그리고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 등에 날렵한 선을 적용해 미국 SUV에 없던 디자인을 만들어냈고, 이는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도 당시 파일럿은 동시대 경쟁사 차종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고급 안전 사양과 편의사양을 대거 적용했다는 것이 장점이었으며, 주요 사양은 지금 보더라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다. 후방 감지 카메라는 물론, 도어 미러에는 후진 시 틸팅 기능과 성에 제거 열선 기능 등도 적용되었다. 또한 3열 시트를 접을 경우 1,104리터에 달하는 적재 공간은 물론, 열선 시트 및 운전석 메모리 시트, DVD 플레이어 등 첨단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뒷좌석 와이어리스 헤드폰까지 구현했다. 그럼에도 가격은 엔화 기준으로 500만 엔 미만이었다.

 

 

 

 

파워트레인으로는 최고 출력 240hp(5,400rpm)과 최대 토크 33.5kg?m(4,500rpm)의 3.5리터(3,471cc) V6 엔진 가솔린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하여 탑재했다. 또한 전자제어식 센터 디퍼렌셜 기어를 통해, 완전 전륜 구동에서 전후륜 50:50으로 배분할 수 있는 혼다 독자의 가변식 4륜구동 시스템 VTM-4를 적용해 우수한 험로주파력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공차 중량은 2,020kg에 묶어, 동시대 미국의 대형 SUV 대비 가벼운 무게를 구현했다. 1세대 파일럿은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2004년에는 10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미국 SUV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적 외양과 업그레이드된 성능 갖춘 2세대

 

2008년 북미 오토쇼에서 공개된 후 2009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출시됐던 2세대 파일럿에는 이러한 자신감이 담겼다. 특히 미국 SUV보다 더욱 미국적이라 할 만큼 대담한 직선의 적용과 중량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었다. 사각형의 헤드램프와 심플한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평평한 보닛 라인과 1세대 대비 한층 수직에 가깝게 구현된 C필러 라인 및 테일게이트 라인까지 전형적인 미국 SUV의 모습이었다. 2세대 파일럿의 이러한 면모를 구현한 디자이너는 데이브 머렉이었다. 그는 현재 혼다 북미 법인 R&D 센터의 디자인 최고책임자이기도 하다.

 

 

 

 

또한 2세대 파일럿은 체구도 전장 4,849㎜, 전폭 1,994㎜, 전고 1,847㎜로 1세대 대비 당당한 멋을 자랑했다. 또한 휠베이스도 1세대 대비 73㎜ 늘어났다. 2012년 페이스리프트 시 전폭과 휠베이스는 그대로 두었으나, 전장을 4,862㎜까지 늘리고 전고는 1,803㎜로 낮춰 측면 이미지를 보다 여유롭게 구현했다.
 
다양한 편의 사양은 이미 1세대부터 파일럿의 트레이드마크였다. 2세대 전기형 차종에는 GPS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장치는 물론,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적용되었다. 2012년 페이스리프트에는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을 수정했으며, 2013년에는 상위 트림에만 적용되던 후방카메라도 전 트림에 보급했다. 또한 센터페시아 상단에 8인치 LCD 터치스크린 및 블루투스 시스템, 그리고 3존 방식의 에어컨도 도입했다.

 

 

 

 

엔진은 3.5리터 V6엔진을 그대로 장착했지만 동력성능은 최고 출력 250hp(5,700rpm), 최대 토크 35kg?m(4,800rpm)로 개선하였으며, 5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여기에서 변속기 레버가 스티어링 컬럼에 위치했으나, 보다 직관적인 센터콘솔로 자리가 바뀌었다.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3세대 파일럿

 

2015 시카고 국제오토쇼에서 첫 선을 보인 파일럿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2세대의 페이스리프트에서 그 변화가 감지되었지만 공기역학적인 차체 디자인을 과감히 적용한 것이다. 2세대까지 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던 헤드라이트는 보다 날카로운 모습으로 새롭게 디자인됐으며, 크롬 도금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전체적으로 로우 앤 와이드의 디자인을 보였다. A필러의 각도도 상당히 낮아져 공기 저항을 줄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혼다의 세단을 연상시키는 전면 디자인을 적용해 혼다의 통일된 정체성을 강조했다.

 

 

 

 

전장 4,940㎜, 전고 1,772㎜, 휠베이스는 2,814㎜에 달했다. 특히 휠베이스가 2세대의 후기형 대비 45㎜ 늘어난 2,819㎜에 달했으며, 더욱 넓어진 실내공간을 선보였다. 섀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3세대 파일럿부터는 모노코크 유니바디 방식에 기반한 독점적인 섀시 설계 공법인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200kg에 가까운무게를 덜어냈다. 또한 구조적으로 강성을 강화해, 안전도도 높였다. 실제 미국 IIHS와 연방고속도로교통안전국(NHSTA)가 주관하는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거의 전 항목에서 최고 등급을 받으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파워트레인에서는 변속기를 중심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촘촘한 기어비의 ZF사 9단 자동변속기는, 기존 3.5리터V6 엔진의 여유로운 동력 성능과 맞물려 연비의 개선을 이루었다. 미국 출시 차량 기준으로 구현한 9.35km/L(22mpg)의 복합연비는 4륜 구동 기준으로, 이전 세대의 고속도로 연비 수준이다. 여기에 패들 시프트 기능을 지원해, 운전의 재미를 구현했다. 여기에 2017년에 출시된 2018년형 차종부터는 오딧세이 등에 장착된 10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어, 더욱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구현하고 있다.

 

 

 

 

물론 레저 지향 자동차로서 SUV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험로 주파 능력 역시 강화되었다. 토크 벡터링 기능과 지능형 트랙션 관리 시스템을 갖춘 지능형 가변 토크 관리 4륜 구동 방식은, 1세대부터 꾸준히 진화해 노면에 대해 더욱 기민하게 대응하게 되었다. 또한 트랙션 컨트롤이 장착된 차체자세 제어장치, 전자식 제동력 분배시스템과 ABS,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또한 멀티 앵글 리어 뷰, 주간 주행등,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등이 옵션으로 제공된다.

 

 

 

 

편의장비 역시 업그레이드되었다. 통풍식 전면시트, 뒷좌석 온열시트, 열선 스티어링은 물론 옵션을 통해 적용 가능한 파노라마 선루프로 즐거운 드라이빙 환경을 구현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장착된 8인치 터치 스크린, 블루레이?DVD?CD가 사용가능 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탑승자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고루 갖추고 있다. 이러한 편의사양 덕분에 혼다 파일럿은 한국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실제 2017년 3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진행된 서울모터쇼에서도 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어코드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인기 차종이기도 하다.

 

 

 

 

한국의 수입차 시장을 살펴보면 특정 제조사들에 인기가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각 장르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차종이 자동차 생태계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수요가 분명히 있지만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시장 규모나 경제성의 이유로 제작되지 않는 대형 SUV의 경우는 수입자동차 제조사의 역할이 크다. 대형 SUV의 천국인 미국에서 크게 사랑받아 온 혼다의 파일럿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한국의 대형 SUV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는 자동차다. 이는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이 우수한 까닭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해당 자동차를 구입하는 이들이 영위하고 싶은 삶의 질과 가치를, 파일럿이 잘 응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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