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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지배자, 어코드 연대기

혼다코리아 2023.04.06 159


지난 1월 16일, 혼다의 어코드가 ‘2018 북미 올해의 차’ 승용차 부문에 선정됐다. 어코드는 2008년과 2013년 각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2018년에 결국 해당 부문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외에도 유틸리티 부문 후보에 올랐던 5세대 오딧세이가 수상에 실패하면서 아쉽게도 2관왕은 놓쳤지만, 혼다는 2017년 트럭 부문을 수상한 릿지라인에 이어 2년 연속 북미 올해의 차 수상을 이어가게 되었다. 전 세계의 세단 시장을 조용히 지배해오고 있는 자동차, 혼다 어코드의 41년을 살펴본다.

 

 

청정 가솔린 엔진의 시작, CVCC

 

혼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기종의 2/3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장착할 계획이다. 혼다가 전기차 시대 이행의 가교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엔진과 전기모터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다. 그리고 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바로 혼다 엔진 기술의 저력에 기반한다. 혼다는 이미 1970년대부터 가솔린 엔진 배기가스의 감축과 유해 물질 저감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혼다의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연소 기술의 개선에 집중했다. 1971년에 최초로 선보인 CVCC(Complex Vortex Controlled Combustion) 엔진이 바로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오버해드캠 방식을 택하고 있는 CVCC 엔진의 원리는 보조 흡기 밸브를 이용해 발생시킨 소용돌이를 통해, 점화플러그 부근의 혼합기를 다른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농후하게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엔진 내부에서의 폭발 시 토크는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억제할 수 있게 된다.

 

 

 

 

어코드의 1세대에 적용된 엔진 중 주목할만한 것은 1977년 4도어 세단이 라인업에 추가되면서 장착된 1.6리터(1,599cc)의 직렬 4기통 엔진인 CVCC EF였다. 해당 엔진의 최고 출력은 78hp(5,300rpm), 최대 토크는 12.3kg?m(3,000rpm) 수준이었다. 압축비가 1:8 정도라는 점, 그리고 당시 가솔린 엔진 자동차의 일반적인 수준을 고려했을 때 최대토크는 꽤 높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여기에 5단 수동변속기가 결합된 파워트레인을 장착했다. 연비는 당시의 일본 연비 측정 기준이 다소 후했던 점은 있지만, 제원표에는 18~22km/L 정도의 연비로 기록되어 있다.

 

 

 

 

1.6리터 CVCC 엔진은 차량의 경량화에 유리했지만, 보다 높은 동력성능을 원하는 유저들을 위해서 최고 출력 85hp(5,300rpm), 최대 토크 13.5kg?m의 1.8리터의 EK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트레인을 장착했다. 특히 이 엔진은 라디에이터 일체형의 오일 쿨러를 통해 엔진 오일의 냉각 능력을 높였고, 이를 통해 뜨거운 일본의 여름 날씨에도 우수한 냉각 성능에 기반한 안정성을 보였다.

 

 

 

 

신기술에 대한 철저한 검증

 

어코드는 혼다의 역사에서 각 테크놀로지의 최적화를 가장 엄격한 기준에서 실행해 온 기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세대에는 혼다 최초의 더블 오버헤드캠(DOHC) 엔진이 적용된다. DOHC 엔진은 이미 20세기 초에 개발된 것이었고, 이를 이미 적용한 제조사도 많았지만 동일한 배기량의 SOHC에 비해 최대 토크가 다소 약한 것이 단점이었다. 혼다는 이를 연료 분사 시스템의 최적화를 통해 개선했는데, 2.0리터 DOHC 엔진을 장착한 2.0Si 기종의 경우 19kg?m의 최대 토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157hp의 최고 출력으로 DOHC의 장점인 고출력도 구현했다.

 

 

 

 

또한 1.8리터 배기량의 DOHC 엔진 역시 16.5kg?m의 최대 토크를 구현할 수 있었는데 중저속의 엔진 회전수에서도 고른 토크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이는 현재 같은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과 비교해봐도 손색없는 동력성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4단 자동변속기와 5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해 당시 기준으로 12km/L 이상의 공인연비를 구현했다.

 

 

 

 

그렇다고 혼다가 신기술의 도입에 보수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혼다는 FF(프론트십 전륜 구동) 레이아웃 차량 최초로 전·후륜 모두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3세대 어코드의 휠베이스는 당시로서는 짧지 않은 2,601㎜였기에 새로운 서스펜션의 적용은 까다로운 계산과 결과도출 그리고 재계산의 연속이라는 험난한 작업을 통해 진행되었다. 서스펜션은 엔진과 마찬가지로 혼다가 F1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 투자하면서 얻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륜 구동 차량의 한계로 지적되어오던 조향 성능과 고속 주행 시 관성에 의한 후륜의 마찰력 부족 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

 

 

 

 

참고로 3세대의 혼다 어코드는 1980년대 후반 한국에도 출시되었다. 당시 수입된 차종은 2.0리터 DOHC 엔진을 장착한 기종으로, 국산 고급 세단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 어코드 마니아의 1세대는 이 시기에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고급차로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어코드는 고급화 전략을 지향하기 시작한다. 물론 어코드 자체가 미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노린 자동차였지만, 이전까지는 내수 시장과 아시아 시장에 대한 고려가 짙게 녹아 있었다. 그러나 1991년에 등장한 5세대 어코드는 미국의 중형차 시장을 고려한 모습이 강하게 나타난다. 5세대 어코드에는 큰 배기량의 엔진 및 다양한 전자 편의 장비의 패키징을 위한 새로운 설계의 CB 플랫폼이 적용되었다. 따라서 크기도 전장 4,725㎜에 휠베이스 2,720㎜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엔진 역시 미국인들의 취향에 적합한 낮은 압축비(1:8)의 2.2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적용되었으며, 부드러운 엔진 사운드와 이로 인한 정숙성 및 승차감이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미국에서 거주했거나 혹은 어코드를 오래 전부터 알아 온 이들의 경우, 5세대 어코드를 세단보다도 왜건이나 슈팅브레이크 장르로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일까? 사실 지난 41년간 ‘지구 대표’ 전륜 구동 세단으로 인식되어 온 어코드는 사실 해치백과 세단이라는 두 장르를 함께 품어 온 차종이었다. 어코드의 시작은 오히려 시빅과 같은 해치백이었고 세단이 후에 등장한 것이었다. 물론 세단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긴 했지만, 어코드는 해치백과 왜건 타입의 차량을 꾸준히 개발해오고 있었다. 특히 4세대의 ‘슈팅브레이크’는 후에 어코드 투어러의 시초이기도 했다.

 

 

4세대 어코드의 슈팅브레이크와 5세대 어코드 왜건

 

 

어코드가 갖고 있는 이러한 성격은 5세대에 이르러 미국 시장에서의 고급화 전략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여유로운 성격의 엔진과 결합된 왜건 타입의 어코드는, 전륜 구동 레이아웃의 장점을 잘 살린 넓은 실내공간까지 더해져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5세대의 스티어링 휠에는 크루즈 콘트롤 설정과 속도 조절이 가능한 버튼 및 에어백이 장착되었다. 또한 1998년 등장한 6세대에는 HID 헤드램프와 전동 접이식 미러, 보스 오디오 시스템 등이 적용되는 등 편의사양에서도 큰 발전이 있었다.

 

 

 

 

고성능과 하이브리드의 병행

 

그러나 무엇보다 1990년대 어코드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유로R의 등장이었다. 2,000년, 6세대 어코드를 기반으로, 최고 출력 218hp(7,200rpm)과 최대 토크 22.5kg?m(6,700rpm)을 발휘하는 2.2리터 DOHC VTEC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가 결합된 해당 기종은 유럽과 일본의 스포츠카 마니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특히,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5링크의 서스펜션 시스템은 기존 어코드 대비 지상고가 15㎜ 낮은데다 감쇠력을 보다 단단하게 조절했다. 이러한 구조와 1,200kg에 불과한 공차중량이 어우러져 날카로운 선회성능을 자랑했다. 유로 R뿐만 아니라 6세대 어코드는 2.3리터 VTEC 엔진과 4륜 구동을 적용한 왜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 및 구동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하지만 9세대 어코드까지만 놓고 본다면, 6세대의 이러한 흐름은 다소 이변이었다. 7세대 유럽형 차종에 등장했던 2.2리터 디젤 엔진을 제외한다면, 여전히 어코드의 주력 엔진은 2.0리터 내외 및 8세대에 등장했던 3.5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구현하는 부드러움이었던 까닭이다. 특히 이 3.5리터 V6의 i-VTEC 엔진은 21세기의 혼다 그리고 어코드라는 기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엔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 출력 271hp(6,200rpm), 최대 토크 35.1kg?m를 발휘하는 이 엔진은 2014년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최고의 엔진에 꼽히기도 했다. 자연흡기 엔진임에도 SOHC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높은 최대 토크를 구현했는데, 전자제어식 흡기 밸브 제어를 통해 중저속의 엔진 회전수에서 고른 토크를 발휘할 수 있었다. 해당 엔진은 지금도 어코드 마니아들이 최고로 손꼽는 엔진이기도 하다.

 

 

 

 

이렇듯 41년이 넘는 긴 역사 속에서, 어코드만의 가치를 구축해 온 것은 엔진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입차로서 어코드를 대하는 한국의 소비자들은 어코드를 뛰어난 연비의 하이브리드 세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혼다는 경쟁 브랜드와 달리, 하이브리드를 각 기종의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아닌, 독립된 기종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최근 북미오토쇼에서 세단으로 돌아온 인사이트를 비롯해,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만 3종을 갖춘 클래리티 등이 이러한 전략을 상징한다. 앞선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어코드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도입한 시기가 2013년 9세대의 등장이라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

 

 

 

 

현재, 어코드는 10세대째의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누적 판매 대수는 1,100만 대에 이른다. 자연흡기 엔진에 대한 고집도, 1.5리터 및 2.0리터 터보 엔진을 도입하면서 유연하게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혼다는 2018년 ‘북미 올해의 차‘ 승용차 부문을 석권했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FF 세단인 어코드의 수상은 ‘놀랍게도’ 처음이다. 8, 9세대 연속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늦긴 했지만, 드디어 때가 되었다는 것이 현지 및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10세대 어코드는 2018년 한국 시장에도 출시될 전망이다.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디자인을 갖춘 어코드의 등장을 기다리는 어코드 마니아들은, 1980년대 어코드를 처음 보았던 이들의 자녀 세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세대만 바꿔 가족 간에 어코드를 선택하는 이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어코드에 대한 신뢰는 국가와 세대를 아우른다. 그런만큼 어코드에 대한 기록은 한 편의 글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무리다. 다만, 첫 세대가 개발될 때의 가치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디테일을 달리하면서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는 놀라움, 그것만을 전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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