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 혼다의 주요 기종의 보닛을 열어 보면, 엔진 커버에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Earth Dreams Technology)’가 혼다라는 글자보다 더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이브리드 기종의 경우 시동을 켤 때 센터페시아 미디어 패널에도 ‘어스드림즈’라는 문구가 재생된다. 1970년대 CVCC부터 VTEC을 거쳐 면면히 이어져 온 혼다의 친환경, 고효율 파워트레인 전략의 진화,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에 대해 살펴본다.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는 지구의 꿈을 위한 기술, 지구가 꿈꾸는 기술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는 친환경 자동차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파워트레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의 주요 목표와 전략은 다음과 같이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된다. 1.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를 갖춘 가솔린 엔진, 2. 최고 수준의 경량화와 가속성 및 연비를 갖춘 소형 디젤 엔진, 3. 직결감을 향상하고 연비 향상에 기여하는 CVT, 4. 높은 효율의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현, 5. 고효율과 고출력을 함께 구현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6. EV용 전기 파워트레인의 개발 등이다. 즉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의 목표는 뛰어난 연비와 오염 물질의 저감, 그러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운전의 재미 등을 조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현 오딧세이에 장착된 V6 3.5리터 엔진. i-VTEC과 VCM 테크놀로지가 적용되었다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엔진 라인업은 배기량별로 총 6종류이다. 우선 N박스와 S660등 혼다의 대표적 경차에 탑재되는 직렬 3기통 0.66리터 엔진이 있다. 직렬 4기통 엔진은 배기량이 1.5리터와 2.0리터, 2.4리터로 세분화된다. 세 엔진 모두 DOHC와 VTEC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이 중 1.5리터와 2.0리터 엔진에는 터보 차저가 탑재된다. 가장 ‘큰’ 엔진인 V6 3.5리터 엔진에는 i-VTEC기술과 실린더 휴지기능인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 가변 실린더 제어기능) 등이 탑재되어 연비를 향상시켰다.
또한 일본 자동차 제조사로는 드문 직렬 4기통 1.6리터 디젤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 디젤 엔진은 9세대 시빅에 탑재된 바 있는데, 유럽 24개국 주행 중 42.6km/L라는 평균 연비를 기록해,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등재된 바 있다.
혼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차종의 2/3를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구성하겠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그 가교가 되는 것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라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로드맵의 전제가 되는 것이 바로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이기도 하다.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적 성취는 i-DCD와 i-MMD를 꼽을 수 있다. 우선 i-DCD(Intelligent Dual-Clutch Drive)는 직렬 4기통 1.5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30hp의 최고 출력을 가진 전기 모터, 7단 DCT, 지능형 동력 제어 유닛(IPU)으로 구성된다. 통상 전륜 구동 기반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서는 구조적으로 DCT의 패키징이 쉽지 않다. 그러나 혼다는 다운사이징과 부품 경량화 테크놀로지를 통해 복잡한 설계를 구현해냈다.
인텔리전트 멀티 모드 드라이브(Intelligent Multi-Mode Drive)의 이니셜인 i-MMD는 혼다의 3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직렬 4기통 2.0리터 엔진과 2개의 내장 모터, 록업 클러치(변속기의 동력 전달 효율을 높이기 위한 클러치), 리튬 이온 배터리, CVT가 결합된다. 또한 이 시스템에서는 기존 전기모터 및 배터리 대비 크기와 무게가 각각 23%, 27%씩 줄어들었다. 따라서 경량화에 의한 동력 효율도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CVT는 가벼운 무게와 적은 부피 등의 장점으로, 혼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패키징에 크게 기여해 왔다.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 전략 하에서는 CVT 역시 초소형 차량용부터 콤팩트, 중형까지 총 3가지로 제작됐다. 이는 자동변속기대비 10%의 연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i-MMD 시스템이 적용된 현 어코드 하이브리드
이러한 기술적 성과들은 현재 혼다의 하이브리드 전략의 운용 폭을 더욱 넓혀주는 자산이 되었다. 기존 하이브리드 전용 기종이던 인사이트의 부활과, 각 차종별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강화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연비에 민감한 국내 자동차 유저들에게 혼다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혼다의 엔지니어들은 운전 습관만으로도 무려 15%의 연비 차이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에 이들은 운전자의 연비 운전을 유도하기 위해 ‘ECON’버튼을 제작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유저라면 이 버튼을 잘 알고 있을 것인데, 이를 누르면 자동차의 각 기능이 최선의 연비를 구현하기 위한 협조 제어를 실행한다.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아도 스로틀의 개방이 완만하게 이루어지고 연료 분사량도 자동으로 조절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의 가속은 서서히 이루어진다.
공조기기의 제어 역시 함께 이루어져, 차량 내 습도 및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혼다는 독일의 아우토반과 복잡한 영국의 도심 등 다양한 도로 환경을 주행하며, 해당 기능의 개발을 위한 데이터, 즉 효율적인 운전 습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축적했다. 이 기능은 국내 시판 중인 혼다의 전 기종에 적용되어 연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자동차를 넘어서(Beyond the Motor)’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도쿄모터쇼에서는 혼다의 다양한 미래형 전기 모빌리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혼다 소형차 디자인의 전통을 이어받은 어반 EV 콘셉트부터,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성능을 구현하는 스포츠 EV 콘셉트, 그리고 도심 통근형 소형 자율주행 모빌리티인 뉴비(NeuV) 등은 단연 모터쇼의 중심이었다.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에서 소형 EV를 위한 전략은 혼다의 미래형 모빌리티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고효율 모터와 전자식 서보 브레이크 시스템, 저마찰 변속기 등은 우수한 에너지 효율을 구현한다. 일본의 연비 측정방법인 JC08 기준으로는 1회 충전 시 210km(교류전력소비율은 29kWh/100마일)를 주행 가능한 기술이다.
이미 혼다의 소형 EV 기술은 경형 차량인 피트(유럽 출시명 ‘재즈’)에 적용된 바 있다.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렌터카 목적으로만 선보인 기종이지만 이미 2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최고 출력 92kw를 발휘하는 모터를 통해 1회 충전 시 약 130km의 주행 거리를 실현한 바 있다. 피트 EV는 환산 연비는 50km/L에 달했다.
2017 도쿄모터쇼에서 선보인 어반 EV 콘셉트
혼다의 엔지니어 중 절반은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는 혼다가 자동차의 본질로서의 파워트레인 연구에 그만큼 필사적으로 매달려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는 갑작스런 혁신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1970년대 CVCC의 개발 당시부터 이어진 혼다의 전통이 빚은 산물이라고 할 것이다. 즉, 미래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되, 그 답을 꾸준한 연구의 전통에서 찾는다는 것, 그것이 어스드림즈 테크놀로지의 본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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